박근혜 댓통령께
박근혜 댓통령께


님하께 정말 편지 쓰기 싫었는데 또다시 펜을 들게 되었네요.


아참! 편지 쓰기 전에 먼저 해명할 게 있네요.

댓통령이라 불러 당황하셨죠? 오타인 줄 아셨죠?

‘대통령’의 오타 아니에요. 정확하게 ‘댓통령께’라 썼어요.


댓통령이 뭐냐고요? 느낌 안 오세요?

댓글로 당선된 대통령.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 뜨는 호칭이에요. 님하를 가리키죠.

우리나라 네티즌들 천재예요. 이렇게 기막힌 호칭을 지어내는 것 보면 말이에요.

이보다 더 적확하고 재치 넘치는 호칭은 없을 듯 하여 저도 빌려 쓴 거랍니다.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음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이상 대통령이라 부르는 건 잘못된 거죠.
그렇다고 당신~ 운운하기엔 좀 껄쩍지근해서 편의상 댓통령이라 부르겠어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저는 말입니다.

정치가 싫어요. 너무 싫다고요. 막장드라마 같은 정치판 애써 외면하며 살고 싶단 말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범부로, 있는 듯 없는 듯 무명의 장삼이사로 살고 싶은데 왜 나를 자극하세요?
저는요. 부귀영화도, 명예도 관심 없어요. 그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 말입니다.


아름다운 산천을 주유하다 좋은 풍경 만나면 사진으로 담고

틈나면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붓글씨 쓰며

가까이 살고 있는 손자, 손녀. 외손녀 재롱 보는 재미에 흠신 빠져

그렇게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고요.

그게 제가 바라는 행복한 삶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왜 저를 천불나게 하세요. 왜 다시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느냐고요.

뭐가 그렇게 열불 나게 했냐고요? 아시잖아요.

 

전교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전교조를 증오하고 있는 줄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6만의 전교조 조합원 중에 해직교사 9명이 있다고 “노조설립취소”를 감행하시다뇨.

이는 전교조 죽이기에 혈안이 되었던 전임 이명박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이에요.
참 무섭고, 모질고, 독하시네요.

이를 빌미로 본격적으로 전교조를 탄압하겠다는 신호 맞죠? 


여기서 지난 이야기 하나 되새겨 보아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참 오래되었죠. 그렇지만 전교조는 잊지 못해요.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과 수구세력, 수구언론이 똘똘 뭉쳐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셨죠.
거리 투쟁도 하고 촛불시위에도 참가하셨잖아요.


그때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뼈대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었죠.
비리의 온상 사립학교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일정 비율의 외부 이사를 뽑는 제도죠.
이는 비리가 만연한 사립학교 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필수부가결한 제도였죠.
참 훌륭한 제도였는데 사학모리배들과 수구세력들에겐 목에 가시와 같은 제도였죠.

독재자 아버지가 강제 취득한 장물인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이사였던 분이라 그러셨어요?
당시 반대 시위에 참석하여 한 발언을 보면 엄청 열 받은 상태로 전교조 선생님들께 독설을 퍼부어 대셨죠.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다.”

학교에서 반교육적이고 불편부당하지 못한 일에 사사건건 따지고 드는 전교조가 엄청 미우셨나 봐요?
그래도 너무 심하셨어요. 교사를 해충에 비유하다뇨.
20~30명 아이들의 학습과 인성을 책임 진 담임선생님을 해충이라면 아이들은 어찌 되겠어요?
학부모님들은 졸지에 해충에게 자식 맡긴 지지리도 못난 등신이 되셨잖아요.


전교조가 뭘 잘못했나요?
복마전 같은 사학의 비리를 들쳐 내어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칭찬은 하지 못 할지언정 해충이라뇨. 

아무리 열 받아도 그렇지 한 나라의 지도자가 그런 독설을 함부로 내뱉다니 많이 과하셨네요.
진정 교육을 걱정하시는 지도자라면 그런 표현은 하지 않죠. 지도자 될 자격이 의심스런 대목이네요.
역시 제가 예상한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언행이지만요.
그릇이 그것 밖에 되지 않으니 그런 막말이 튀어나온 거겠죠.


그런데 그 해충들이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제 경우 몇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결혼을 안 하셨으니 아이들을 잘 모르시죠?

배 아파 낳지도, 힘들게 키워보지도 않으셨으니 당연 모르시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교육현장에 대해서도 잘 모르시는 거고요.


혹시 똥기저귀는 갈아 보셨나요?

저는요 아주 가끔이지만 교실에서 실수로 똥 싼 아이 뒤처리도 했어요.
급히 화장실로 데리고 가 옷 벗겨 똥 털어내고 씻어줘요.
아이들이지만 똥냄새는 다 지독해요. 역겨워요.
그래도 어째요. 내색하지 않아야죠. 아이는 얼마나 난감하고 부끄럽겠어요.
그런 아이 뒤처리 말끔하게 하여 아이에게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게 마음까지 다독거려 줘요.


또 토하는 아이는 어떻고요. 수업 중 갑자기 토하는 아이도 있어요.
교실은 난리가 나죠. 주변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코 막고 도망가고 토한 아이는 민망하여 어쩔 줄 몰라 하죠.
먼저 토한 아이를 친구 붙여 화장실로 데려가 씻게 해요.
자기 토한 오물을 불편한 마음으로 더 보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있죠.

그럼 저는 토한 내용물을 잘 살펴요. 괜찮냐고요. 당연 싫죠.
하지만 무엇을 먹고 토했는지 살펴야 하니까 자세히 봐야 해요.
저도 토할 만큼 속이 뒤집어 지지만 꾹 참는 거죠.
그다음 휴지 뭉쳐 대충 닦아내고 걸레로 두세 번 깨끗이 닦아내요.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졸업식을 앞두고 정든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가슴 아파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운 적도 있어요.
또 감당키 어려운 고통 받는 아이들 때문에 울기도 했죠. 그 마음 아시겠어요?

젊은 시절 한 때였지만 제가 담임한 아이들 데리고 등산을 하거나 바닷가에서 밥 지어 먹고 신나게 놀기도 했죠.
쉬어야 할 휴일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왜 했겠어요? 힘들고 귀찮은 일을 왜 사서 했겠냐고요?
아이들을 위해서죠. 그러면 아이들이 더 행복해질까봐, 몸과 마음이 더 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봐 그랬죠. 
 

또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제 돈 들여 여러 가지 연수받고 수업자료 만들어 함께 나누었죠.
학부모와 부당한 거래는 물론 나를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지도 않았죠.


교사시절 곁눈질 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맡은 아이들과 바른 교육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죠.

아이들과 학부모께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말이에요.


전교조 선생님들 대부분 그런 선생님들이에요. 자신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사란 말입니다.

하지만 학내 비리나 교육관료의 비교육적 처사나 전횡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여 바로 잡고자 노력하죠.
자신의 몸과 명예는 돌보지 않지만 바른교육과 아이들을 위해서는 헌신하죠. 그게 전교조 선생님들이에요.

그런 선생님을 해충이라 하시면 댓통령께서 바라는 이상적인 선생님은 어떤 분이셔요?
비교육적 일도 시키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따르고
비리나 부정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꼭두각시 노예교사를 바라시는 거 맞죠? 


댓통령 되고 난 뒤 전교조에 대한 적개심을 잊지 않고 있다가 권력을 손에 쥐니 참았던 해충박멸을 하시는 건가요?


이번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빌미가 된 해직자의 노동조합원 자격 박탈 문제는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그로 인한 전교조에 대한 노조설립취소 통보에 대해
설문조사결과 국민의 60%가 반대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국제노동기구(ILO),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등에서도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주장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채 노조설립취소를 감행하셨죠.


이는 댓통령의 오만함을 다시 드러낸 처사가 아닐 수 없네요.
그래요. 어디 한 두 번이라야 이해하죠.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국민들도 다 아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대놓고 막가파식으로 마음대로 하시는 거예요?


전교조 선생님들 평소엔 순하시지만 투쟁할 땐 누구보다, 어느 집단보다 가열 차게 해요.
참교육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기 때문이죠. 올곧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어떤 고난도 불사하는 지사(志士) 기질이 있다고요.

이번 정부방침 수용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 결과 보셨잖아요.
70% 가까운 선생님들이 정부방침을 거부했잖아요.
9명의 동지들을 배신하지 못해 고난의 길을 자초한 선생님들이에요.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녹록치 않을 거예요.


전교조는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전교조가 먼저 무너질 지, 댓통령께서 먼저 무너질 지는 두고 볼 일이에요.

저 같은 무지렁이도 다시 꿈틀거리게 했으니 말이에요.


이 좋은 가을날 유유자적 만추의 서정을 만끽하고 싶은데 댓통령께서 저를 정치판으로 불러내네요.


구호 하나 외치고 끝낼게요.

                                   “부정당선 / 댓통령이 / 전교조탄압 / 웬말이냐!”


                                            2013년 11월  전교조 교사였던 장삼이사가 댓통령께

<PS>


이 편지 쓰고 나니 그동안 입 꾹 다물고 있던 부정선거의혹에 대해 입을 여셨네요.


박 대통령은 10월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원 등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 나갈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의혹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색하여 퍼온 글-


그리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자고요?

개인적으로 의혹 살만한 일을 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고요?


어이가 없네요.

역시 주특기의 하나인 ‘유체이탈화법’을 썼네요.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따로 있는 듯한 화법”

쉽게 말하면 자기 일을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듯, 남의 이야기를 하듯 하는 말투를 말하죠.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이면 선거는 무효가 되잖아요. 그런데 무슨 책임을 묻는다고요?
당연히 부정선거에 의해 당선된 사람이 물러나야 하는 거죠.
아니 당선취소가 되는 거죠. 자신이 관여했던 안했던, 알았던 몰랐던 말이에요.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 자신이 몰랐더라도 선거 핵심 관계자가 선거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만 선고 받아도 당선취소가 되잖아요.
그런데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앞장서 전방위적으로 불법 선거를 자행했잖아요. 당연히 선거무효며 당선취소죠.


비겁해요. 자신을 책임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는데 일가견이 있네요.
자신의 잘못이나 자신과 관련된 잘못도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듯한 책임론 제기.

정직하지 못한 태도죠. 정직하게 말하지 못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수법이죠.


사법부 판단 기다릴 것도 없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잖아요.

이제 결단 내리세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끝>


                                                                           "감사합니다"

by 백산 | 2013/11/01 20:35 | 교육단상 | 트랙백(1)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baeksan.egloos.com/tb/305846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at 2014/03/11 00:50

제목 : http://helenmccrory.org/
line4...more

Commented at 2013/11/01 21: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3/11/01 22:22
와!~ 이게 얼마 만입니까?
잘 지내고 계시겠죠? 안부가 많이 궁금했습니다.

걱정마세요.
이 정도 글 쓸 자유도 없다면 지들 스스로 독재정권이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니까요.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 들먹이는 자들인데 뭐 어쩌겠어요.
하기사 반정부 발언만 하면 종북이라고 빨강 페인트 들고 설치니 확신은 없지만요.

아무튼 반갑고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13/11/01 21: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11/01 21:53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1111 at 2015/06/11 02:05
아이들 교육에 헌신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글을 읽어 보고 선생님들의 헌신에 다시금 박수를 보냅니다.
고통속에서도 신념을 지키시는 분들이 있어서 희망을 갖고
사는 것 같습니다.
모쪼록 건투를 빕니다.
- "댓통령"이란 단어를 만든 사람이 -
Commented by 백산 at 2015/06/11 09:50
1111님, 반갑습니다.
"댓통령"이란 신조어를 만든 분이시군요.
"댓통령!" 너무 잘 어울리고 적확한 작명에 감복합니다.

방문해 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영광입니다.
Commented by 루스 at 2018/08/09 15:10
공감 120%입니다.
갑자기 지난 촛불이 생각나네요.
참 열심히 참석 했었습니다. 87년 민주화때 군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던 죄의식과 그때 고생했던 친구들에게 미안함이 더해져.....
백산선생님을 뵌적은 없지만 어떤 분인지 감히 짐작이 갑니다.^^
아이들 교육에 힘써 주시는 전교조 교사님들과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8/08/09 19:52
루스님, 반갑습니다.

촛불, 하나의 작은 불꽃이 모여 이 땅의 민주화가 이만큼이나 이루어졌죠.
민주시민이라면 당연히 정치적 의사표현을 해야 하는 게 맞겠죠. 수고하셨습니다.

503호 그 분, 참 얼척이 없는 댓통령이었죠.

비록 지금은 퇴직을 했지만
제 교육철학에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