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신불산 산행기(1박 2일)
1. 산행 일자 : 2018년 8월 5일(일)~6일(월) 1박 2일
2. 산행한 곳 : 신불산 자연휴양림(하단)-백련계곡-단조습지-영축산-신불재-신불산(1박)-신불재-자연휴양림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에어컨 아래 죽돌이로 지내니 더위는 잊을 수 있어 편하지만 문득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이럴 수만은 없어. 어디론가 떠나야 해.

늘 벼르던 1박 2일 산행을 준비한다.

지리산? 왠지 마뜩찮다.
그냥 편하게 하룻밤 머물 수 있는 영남알프스 신불산으로 가자.

이번 산행은 야영이 목적이고 사진은 덤이다.

토요일 저녁답에 부랴부랴 봇짐을 싼다.
얼마 만에 싸보는 박짐인가?

일요일 아침에 봇짐을 갈무리하여 무게를 재니 18.5kg이다.
따로 멜 카메라 가방 3.0kg, 삼각대 2.0kg을 더하면 모두 23.5kg이다.
메어보니 묵직한 게 어깨를 짓누른다.
아침 식사 하고 08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일몰 시간 전에 신불산에 도착하면 되니 서두를 일은 없다.

09시 50분 신불산 자연휴양림 하단 입구 공터에 주차한다.
10시 10분 휴양림 매표소를 지난다.
일요일이라 휴양림 계곡에는 피서 온 가족들로 북적인다.

부러운 눈길 한번 주고는 익숙한 산길 백년골로 오른다. 
단조습지까지는 그늘 구간이라 오를 만 한데 기온이 높아 땀은 비 오듯 흐른다.

초반 가파른 오름길 지나 산행 40분 만에 처음 배낭을 내린다.
하루 산행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박배낭의 무게 압박에 굴복한다.
일정이 느긋하니 마음 편히 쉰다.

신불재-영축산 갈림길 계곡에서 두 번째 배낭을 내리고 고인 계곡물에 얼굴을 씻는다.
소확행!
배낭을 메기 전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되어 간다.
하루 산행 배낭을 멨다면 영축산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1시 조금 못 되어 단조습지 아래 샘터에 도착한다.
샘 옆 물웅덩이 찬물에 세수하고 열기를 가라앉힌다.

갈증에 목과 입이 탄다.
배낭을 얼고 보온팩을 뒤져 얼려간 캔맥주 꺼내 타는 목구멍으로 벌컥벌컥 들이붓는다.
갈증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온 몸에 전율이 이는 짜릿함을 맛본다.

햐! 이 놀라울만한 청량감이란!
얼린 캔맥주 하나 넣어오길 얼마나 잘한 일인가!
이 또한 소확행!

평소 안 먹던 아침밥을 먹고 왔기에 점심은 빵으로 요기한다.

1시 40분 단조습지에 간다.
이 맘 때면 피는 잠자리난초와 숫잔대를 찍기 위해 매크로렌즈를 챙겨 왔다.
헉! 이 무슨 조화인가?
단조습지 생태가 변하고 있다.

습지의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이 마른 습지, 단단해진 이탄층, 습지식물 보다 억새가 더 웃자라 있었다.
십 여 년 동안 처음 보는 육지화 현상이다.

다행히 잠자리난초 6포기와 숫잔대 2포기는 있었지만 잠자리난초는 절정을 넘기고 지는 중이라 불 품이 없다.
내년에도 잠자리난초를 볼 수 있을까?
올여름 유난히 기온이 높고 가문 탓으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 육지화가 진행 중인지 걱정이다.
영축산으로 오른다.
이제부터 계속 뙤약볕을 걸어야 한다.

2시 30분 무렵 영축산 정상에 선다.
염천의 날씨에도 세 분의 산객이 쉬고 있다.
나도 배낭 내리고 인증샷 찍고는 쉰다.

바라보이는 신불산이 좀 멀게 느껴진다.
신불산까지 3.6km 뙤약볕을 가지만 뭉게구름이 피어 간간이 그늘도 만들어 주고 바람이 부니 갈 만하다.
바람 없는 그늘보다는 바람 부는 뙤약볕 아래가 더 시원하다.

사부작사부작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신불산까지 뙤약볕 아래 능선을 걸으며 만난 산꾼은 다섯 뿐이다.
신불재에 내려선다.  
배낭 내리고 샘터에 물 뜨러 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
유입되는 물줄기는 말랐고 고인물에 수생곤충만 우글거린다.

찜찜하지만 물 없으면 죽음이니 윗물 만 조심스럽게 뜬다.
1L와 0.5L 물통 두 개를 채운다.
막바지 오름길을 올라 신불산 정상에 서니 5시다.
마침맞게 도착했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 
아직 일몰 기운이 일러 집부터 짓는다.
정상 테크 맨 앞 늘 그 자리에 지었다.
서쪽 하늘에 구름이 많다.
일출이든 일몰이든 구름이 없는 것 보다야 있는 게 낫다.
구름이 너무 많은 편이라 걱정이다.

일출, 일몰 대의 구름은 변화무쌍한 경우가 많다.
서서히 일몰 기운이 짙어가며 변화가 심하다.

그런데 좋은 쪽이 아니라 해를 막아 빛이 많이 죽어간다.
끝내 해넘이 전에 일몰 기운이 완전히 스러지며 매직 아워도 볼 품이 없다.

그래도 이만한 일몰경이 어디냐며 자위한다.
이른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아내가 챙겨준 돼지불고기 볶아 소주 한 잔 하고 햇반 데워 식사까지 한다.
아무도 없는 어둠 속 크레모어 조명이 밝히는 정상 테크에서의 나 홀로 즐기는 만찬 역시 소확행!
산에서의 야영은 이 맛에 하지. 

구름이 걷히며 별들이 속속 제 모습 드런낸다.
9시 쯤 은하수 찍으려고 보니 산 아래 언양과 울산시 아경이 너무 밝은 탓인지 은하수가 흐릿하게 보인다.
촬영 포기하고 탠트에 들어 잠을 청한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하늘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뒹굴다 다시 잠든다.

4시가 조금 못되어 일어났다.
밖으로 나와 정상석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일출 기운을 감지한다.
동쪽 하늘에 어느새 구름이 가리고 있다.
일출 시각이 되어도 변화가 없다.
사진은 덤이라 여기고 왔지만 기운이 빠진다.
인증샷만 찍고 삼각대 접는다.
물 끓여 커피 한 잔과 남은 빵으로 아침 요기하고 봇짐을 챙긴다.

7시 30분 하산하기 위해 배낭을 메고 정상에 선다.
건너편 간월산 갈림길 테크에서 야영한 가족 일행의 정상석 인증샷 찍어드리니 내 사진도 찍어 주신단다.
내 인증샷은 찍지 않은 편이지만 오랜만엔 박배낭 멘 모습 찍고 싶어 포즈를 취했다.

뒤돌아 볼 일이 없이 빠르게 신불재로 내려서서 백년골로 하산한다.
휴양림도 이른 시각에 월요일이라 그런지 조용한 편이다.

차에 도착하여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 내리고 나니 몸 가벼워진 만큼의 소확행이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 다시 박배낭 메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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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는 단조습지 모습/ 습지 식물 대신 억새가 무성해지고 있다.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8/08/07 22:14 | 산행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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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조재황 at 2018/08/08 09:51
저도 몇년전에 평일 간월재에서 홀로 백패킹을 하였습니다.
산행은 힘들지 않고 평소 홀로 낚시를 많이 하여 무서움을 덜했지만 엄청난 외로움이 몰려 오더군요.ㅠㅠㅠ 어찌 할 수 없는 고독감에 힘들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60대 중반의 연세에 20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홀로 비박이라
멋지고 용감하시고 엄청난 체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8/08/08 18:18
저는 자연 속에서는 웬만한 경우에는 무서움도 외로움도 거의 타지 않습니다.
오히려 홀로 있어야 마음 편한 상태가 될 때가 많습니다.
너무 감성이 무딘가요? ㅠㅠ

오랜만에 박짐 메니 많이 힘들었지만 쉬엄쉬엄 오르니 오를 만 했죠.
아직 이 정도 체력이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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