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나의 독후기2 죄와 벌
2019년도 처음 구입한 7권의 독후기를 완성하지 못한 채 며칠 전에 읽은 고전명작 <죄와 벌> 독후기를 먼저 올립니다.

<죄와 벌>은 학창시절 문고판으로 읽은 기억조차 가물하다.
올해 처음 구입한 7권과 '월든'을 다 읽고도 새 책을 구입하지 못해 얼마 전에 딸아이네 책장에 꽂혀있던 <죄와 벌>을 가져와 두었기에 읽게 되었다.

<하서> 출판의 2013년 중쇄판인데 770쪽의 두터운 책이다.
<죄와 벌> 독후기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순 어느 날 해질 무렵.
S골목의 전셋집에 방 한 칸 빌려 하숙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자기 방에서 거리로 나와 약간 망설이는 듯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K다리 쪽을 향해 걸어갔다.”

어느 교수님이 날짜-시간-장소-주인공-가난-두려움-무거운 계획 등 (이 소설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도입문’이라고 했다는 <죄와 벌>의 상징적인 첫 문장이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로쟈)
그의 죄와 벌은 어떤 것인가?
무척 궁금해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로쟈’가 “이”만도 못하다고 여긴 전당포 주인 노파를 살해할 목적으로 전당포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살인계획을 세우고 주인 노파와 그의 여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불안감에 시달리는 ‘로쟈’ 만큼이나 내 가슴도 콩닥거렸다.

책 속에 빠져들어 어느 순간 살인자의 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흠칫했다.
‘로쟈’가 극악무도한 살인자라는 생각보다는 아슬아슬한 범행의 순간이 들키지 않기를, 범행 후에는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런 나의 심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살인자이긴 하나 찢어지게 가난하면서도 가난한 이웃에게 자선을 베푸는 로쟈에 대한 연민 때문인가?
이런 심리도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일종인가?

노파 살인 후 심리적 공황상태로 고열과 정신착란 증세에 시달리는 ‘로쟈’.
영웅적 심리에 의해 양심의 가책 없이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서 그랬을까?

그가 자수할 때까지 이야기는 그의 고뇌하는 영혼을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그런 ‘로쟈’의 모습에서 살인자로 의심하는 여동생의 약혼자이자 예비판사인 ‘포르피리’가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부분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심리적으로 취조당하며 자신의 본심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고뇌에 빠지는 부분에선 꼼꼼하게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내가 취조 받는 피의자처럼 주인공에 동화되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기까지 했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야기 전개가 빠른데다 극적인 장면이 많아 책을 놓지 못했다. 
몰입하여 비교적 빠르게 읽어 나갔다. 

그 후에도 ‘로쟈’는 계속해서 정신적 혼란과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중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 했던 ‘소냐’와의 운명적 만남은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이야기의 전개도 반전을 거듭한다. 

신앙심 깊은 ‘소냐’의 권유로 그는 마침내 자수를 한다.
비록 영어(囹圄)의 몸이 될 운명이었지만 영혼은 자유로워지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덩달아 내 마음도 편해 졌다.

재판에서 ‘로쟈’는 자수한 점과 과거 몇 건의 선행이 참작되어 8년의 제2급 징역형을 언도 받는다.
이때 이야기의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난다.

‘소냐’가 '로쟈'의 옥바라지를 하기위해 ‘수용소’가 있는 시베리아로 가겠다고 한다.
'8년간의 옥바라지'
고난을 길을 자초한 소냐의 예상치 못한 결행에 놀람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소냐’는 한때 가난 때문에 창녀가 되었지만 그의 절대 신 하나님께 귀의한 성녀와 다름없는 고귀한 품성을 지녔다.
그럼에도 ‘소냐’의 돌발적인 결정을 이해하고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 한참이나 상념에 빠져야 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소냐’인가?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긴다는 뜻인가?
싸워서가 아니라 봄날의 따스한 햇볕이 잔설을 포근하게 감싸 녹이듯 그렇게 소냐의 고결한 사랑으로 말이다.
 
인간의 본성이란 어떤 것인가?
인간은 본래부터 겉으로는 고상한 척 해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음란하거나 잔혹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건 아닐까?
모두가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 

책을 덮으며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과 전개는 말할 것도 없고 개성 강한 등장인물이며 선과 악, 죄와 벌을 간파하는 문제의식 등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그대로 담아낸 심리묘사가 출중한 고품격의 고전명작임을 새삼 확인한다.
잔잔하지만 거대한 물결처럼 밀려드는 여운이 긴 감동을 맛본다.   <끝>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9/03/16 10:13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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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스 at 2019/03/17 21:39
분명 읽기는 읽었는데 기억이 ......
어릴때 집 책장에 가득 꽂혀 있었던 세계문학전집이 있었습니다. 죄와 벌, 개선문, 주홍글씨, 테스......
고딩때던가?? 나스타샤 킨스키 주연의 테스영화를 보기 위해 밤새워 책을 읽고 충혈된 눈으로 아침일찍 영화보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 많던 책을 언제 버렸는지..., 지금 생각하니 놔둘걸 그랬나 봅니다.

숙변이 나오지 않아 단식을 일주일 더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즙만 먹고 견딘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네요.
하지만 이미 나선 길이라 돌아갈 수도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견디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9/03/18 09:21
고전명작들은 학창시절 읽었던 안 읽었던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2주 단식하고도 안타깝게도 숙변을 보지 못했군요.
그래요, 이왕 힘들게 시작한 단식이니 끝을 봐야죠.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끝까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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