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나의 독후기16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19 나의 독후기16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를 읽고
이 책은 2년에 걸쳐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구간(1,700km)을 한국인 최초로 완주한 거칠부 작가의 트레킹 에세이다.
네팔 히말라야의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 그녀가 묵묵히 내딛은 한 걸음 한 걸음의 이야기 속에는 네팔의 문화와 역사,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작가의 진솔한 삶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reat Himalaya Trail)은 부탄에서 네팔-티베트-인도-파키스탄까지 총 4,500km에 이르는 거대한 트레일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네팔 히말라야(Great Himalaya Trail-Nepal)로 하이루트(높은 길-1,700km)와 컬처루트(낮은 길-1,500km)로 나뉜다.

저자는 일반 트레킹 코스가 아닌 고도 3,000~5,000m의 하이루트를 이용해 대부분 걸었고, 일부 위험 구간만 2,000~3,000m의 컬처루트로 이동했다

저자가 183일간의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을 하며 실제 간 거리는 2165km, 338만 걸음이다.
길을 걷는 동안 저자는 작은 수첩에 빼곡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고, 이는 이 책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의 모태가 되었다.
/ ‘예스24’ 홈에서 발췌
나는 이 책의 저자 '거칠부'님을 알고 있다.
지리산꾼들의 안식처 ‘지리99’ 초창기부터 회원이신데 내가 책을 읽은 직후인 지난 5월 18일의 <제16회 지리99 산정무한> 행사에서 직접 만나 뵈었다.

<저자 '거칠부'님> '지리99' 산정무한 행사에서
지금은 잠시 쉬는 중인데 곧 히말라야로 떠날 거라고 했다.
# 이 글을 다 쓰고 포스팅 하기 직전에 '거칠부'님의 홈페이지(https://sangil00.blog.me/)를 방문하니 지금은 파키스탄에서 트레킹 중이시다.

직장인이던 20대부터 국내의 산을 두루 섭렵하며 주로 비박산행을 하고 백두대간을 5개월 반 동안 홀로 주말마다 야영을 하며 해냈다.
그리고 걷기여행도 좋아해 ‘섬진강 도보여행’, <지리산 둘레길>을 개척하기 전에 지금의 지리산 둘레길과 비슷한 ‘지리산자락 걷기여행’을 완주한 예사로운 산꾼이 아니었다.

그러다 인터넷에 떠돌던 네팔 무스탕 지역의 한 장의 사진에 반해 직장을 그만 두고 무작정 네팔로 떠난 게 GHT까지 확장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reat Himalaya Trail)>이 있는 줄도 몰랐다.

<저자가 걸은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reat Himalaya Trail) 네팔 구간 1,700km 개념도>                                                                                                                                                                 <가로 사진은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구간별 개념도>
전문 산악인이 아니었고 단지 산을 좋아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녀, 나이 마흔을 앞두고 무엇이 그 험한 산길을 걷게 했을까?
많은 비용 들여 그 오랜 날들을 몸 고생, 마음 고생 해가며 특별한 대가도 없는 것 같은 고난의 행군을 했을까?

그녀가 걸었던 상상을 뛰어넘는 트레킹 과정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며 험하고 섬뜩할 만큼 위험이 도사리는 히말라야 산길을 장장 4개월을 넘게 걸었다.
거기다  가이드, 포터, 쿡 등 스텝들은 수시로 분란을 일으켜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예정과 달리 꼬이는 일정과 늘어나는 비용으로 좌절하기도 여러 번.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억척스럽게 해내는 굳건한 의지와 용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경외심까지 들었다.

책을 읽으며 트레킹 일정과 진행과정은 물론 개인적 감상과 감정까지 세세히 기록하여 독자로 하여금 트레킹 과정을 영상으로 지켜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280여 장의 네팔 히말라야 사진들이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며 주는 즐거움도 매우 컸다.

5월 산정무한 행사에서 만난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지만 나는 딱 한 가지 질문만 했다.
바로 사진에 관한 거였다.

카메라는 기능은 DSLR과 비슷하나 크기가 작고 가벼워 트레킹에 적합한 미러리스 카메라였고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했다고 했다.
사진 너무 잘 찍으셨다고 했더니 풍경 자체가 그림같이 아름다워서였다고 대답했다.

책을 읽으며 일정 구간만이라도 동행해보고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찾아들었다.
하지만 짧아도 20일 이상의 기간과 거칠고 위험한 구간은 말할 것도 없고 식사, 잠 자리, 화장실 등 여러 불편한 점들을 떠올리면 그마저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책을 한번 잡으면 쉽사리 손에 놓지 않을 정도로 재미와 감동이 있었지만 긴 여정에 비해 분량이 적다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게 했다.
이야기를 풀어 놓자면 한없이 길어지기에 책으로 엮여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그랬으리라 짐작되어 이해했다.
진한 감동을 더 오래, 더 다양하게, 더 크게 받고 싶은 욕심에 그런 생각이 들었으리라.

독후기를 공개하려고 보니 내가 그녀의 책을 온전히 읽고 독후기를 썼는지 일말의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끝)
<덧붙임1>
책 속의 기억하고 싶은 문장

1. “뭐든 처음에 마음먹기 어려워 그렇지 처음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많다.” p71
그렇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때론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

2. “좋은 동행자와 나쁜 동행자가 있는 게 아니라 나와 잘 맞는 동행자와 그렇지 않은 동행자가 있을 뿐이다.” p85
우리의 인간관계도 그렇다. 간혹 나쁜 사람도 만나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나와 잘 맞거나 또는 맞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 많다.
나는 관계맺음에 자신이 없어 새로운 인간관계는 가능한 맺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3. “단 하루라도 휴식은 정말 중요했다. 적절한 휴식이 있어야 멀리 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살면서 휴식에 참 인색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허투루 쓰면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젠 가끔씩 시간을 허투루 써볼 생각이다.” p87-88
나도 그랬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뭔가 인생을 낭비한다거나 죄책감 같은 게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편하게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듣거나 하릴없이 TV 보면서도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게 나의 휴식법이라 여긴다.

4. “어제의 나는 이미 죽었고 내일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가 최선이다.” p90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인정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자.

5. “경험이든 깨달음이든 삶은 그저 주는 법이 없다. 경제적인 손실이든 마음의 상처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했다.” p125
그런 경험과 깨달음이 쌓여 내가 바라는 더 온전한 내가 되어가겠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반대급부가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자.

6. “나이 듦이 좋은 점은 사소한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거다. 설익은 젊음보다 잘 익어간다고 믿고 있는 지금이 좋다.” p147
나이 들어 보니 큰 욕심도 없고 화낼 일도 별로 없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에 만족하고 추하게 늙어가는 외모만큼 부끄럽지 않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7.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중 돈만큼 좋은 것도 없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돈을 쓰기 아깝다면 그건 좋아하는 게 아닐 확률이 높다.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돈이 아깝지 않을 테니까.” p169
공감 가는 말이긴 한데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진 돈 어느 만큼 써야 아깝지 않을까?

8. “때로는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더 어려운 용기이기도 하다.” p196
정말 어려운 일이다.
위험할수록, 많은 사람이 관여될수록 더 혼란스럽고 결정하기 어렵겠지.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했다면 후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잘못된 판단의 원인분석을 하고 반성은 해야겠지.

9. “누군가 어떤 부분을 유난히 자랑한다면 그에 버금가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경험이나 영광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p217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일 뿐 어떤 형태든 열등감은 다 있다.
다만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유난 떨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은가.

현재의 못난 자신이 부끄러워 과거의 잘난 추억을 자랑하는 걸 너무 흉보지 말고 한번쯤은 들어주자.
그래서 그가 위안 받는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10. “그동안 쓴 돈이면 유럽 호화여행을 해도 남았을 거다. 고생해서 돈을 모았더니 그 돈을 쓰는 것조차 고생스럽게 하고 있다.” p346
ㅎ.ㅎ.ㅎ 그러나 그 돈으로 유럽 호화여행을 했다면 결국은 후회막급 했겠지.
힘들게 모은 돈일수록 자신이 갈망하던 일에 써야 행복한 법이니까.

11. “길을 걷는 건 자기만족이다. 길을 걷는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걷고 경험하다 보면 내 안의 나를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p346
35km 지리산을 종주한다고, 425km 제주 올레길을 완주 한다고,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다고 큰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고통의 만행(卍行)을 했다고 성인의 경지에 이를까?

나도‘안나푸르나BC 트레킹’을 하기 전 뭔가 큰 깨달음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와 얼마 지나니 완주했다는 기쁨은 남았지만 내 삶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3년 뒤 ‘에베레스트BC 트레킹’을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했기에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은 죽는 날까지 남을 것이 틀림없다.

<덧붙임2> 나의 히말라야 트레킹 

1. 나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BC> 트레킹 : 2013년 11월 8일~18일 /10박 11일

<푼힐 전망대(3,200m) 일출> 멀리 뒤쪽 안나푸르나 산군들 / 사진 "클릭!"                                                                                                                                                                                                                                            
<일몰빛 받아 붉게 빛나는 마차푸차레(6,993m)>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시작하며 쓴 글을 옮겨 본다>

오랜 시간 공들여 키워 온 꿈 하나
세계의 지붕, 거대하고 장중하며 경이로운 히말라야의 흰 산 앞에 서는 꿈
그 꿈길을 따라 히말라야 비경 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이상향 ‘샹그릴라’를 찾아 나선 모험의 길, 안나푸르나 트레킹!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4,130m)> 사진 "클릭!"
2. 나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BC> 트레킹 : 2016년 12월 13일~12월 28일 /14박 16일

<촐라패스(5,330m)에서> 사진 "클릭!"
<에베레스트 최고의 전망대 칼라파타르(5,550m) 정상에서>  사진 "클릭!"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본 일출경> 왼쪽 검은 봉우리가 에베레스트(8,848m), 오른쪽 봉우리는 눕체(7,855 m) 사진 "클릭!"
<쿰부히말라야 트레킹 당시에 '종라' 롯지에서 쓴 글을 옮겨본다>

고산준령, 거대설산 앞에서는 나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진다.
욕심도 삿된 마음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문명사회 저잣거리의 아귀다툼은 모두 부질없음을 절로 깨닫게 된다.
그러기에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깨달음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그래도 이런 깨달음을 크게 느껴보았다는 점에서 이번 트레킹의 가치가 있다.
다시 돌아갈 그곳에서도 이 깨달음의 여운이 조금은 남아 내 삶에 밑절미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해넘이 직전의 '종라' 롯지> 그림 같은 풍경이다. 사진 "클릭!"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9/07/27 16:12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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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스 at 2019/07/28 22:31
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연락 자주 못드려 죄송합니다.
여전한 작품활동에 독서도 빼지 않고 하시고 어느덧 벼도 허리춤만큼 자라 있네요.
성하의 계절임에도 너무 시원해서 그런지 8월이 낼 모레인데 아직도 6월 어디쯤 있는것 같습니다.ㅎㅎ
제 허리가 많이 좋아 졌습니다. 아직 다리쪽에 방사통이 좀 남아 있는데 허리 통증이 많이 줄다 보니 견딜만 합니다.
요번주부터 휴가라 하루이틀 있다가 지리산에 함 갈려구요. 넘 오랫동안 못가서 몸이 좀 나아지니 천왕봉에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먼저 듭니다.
오늘 저녁 노을이 이쁘던데 내일 아침 일출도 이쁘겠죠!! 석산마을에도 함 가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9/07/29 18:14
루스님 반갑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근황이 궁금하여 전화해볼까 하던 중이었습니다.

몸 상태가 많이 나아지졌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천왕봉 산행하실 마음을 먹을 정도면 몸이 많이 회복되신 듯 합니다,
아무쪼록 욕심내지 마시고 몸상태 맞춰서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밤중에 남덕유산 일출 출사 가볼까 고심 중입니다.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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