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영농일지(12) 이삭비료 흩기
2019년 7월 31일(수) 를 흩었다                                                                                                                                                                                                                                  <가로 사진은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모내기 한 지 50일이 넘었다.
곧 벼 이삭이 배기 시작할 때다.
이삭비료를 뿌려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중기예보에 당분간 비 예보가 없다.
오늘 날을 잡아두었다.

어제 남덕유산 출사 갔다 온 뒷날이라 몸이 피곤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폭염이 예보된 날이라 이른 시간에 해야 하지만 이삭비료를 사야하기에 농협 문 여는 시간인 9시에 맞추어 갔다.
8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논을 둘러보니 농수로에 물이 없다.
지금은 논을 말려야 할 시점이라 그런지 배수장에서 물을 끊은 것이다.
드문드문 바닥이 마른 곳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아내는 콩 심은 농로 쪽 풀을 매고 나는 농협 봉강지점에 가서 이삭비료 6포(48,000원)를 사왔다.
농수로 쪽 두렁과 배수로 쪽 두렁에 각각 3포씩 배열해 두었다.
비료통에 반 포대 10kg를 담을 수 있으니 모두 12번 왕복을 하며 뿌려야 한다.
9시가 조금 넘어 일을 시작했다.
기온이 높고 햇볕이 따가워 찜통 같은 날씨다.

그나마 뭉게구름이 간간이 해를 가리기도 하지만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비료를 골고루 흩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더디게 나아간다.
풀 매던 아내가 답답한 지 좀 더 빨리 진행하라고 소리 지른다.
그래도 내 속도는 변함이 없다.

거기다 논에 물이 적은 뻘구덩이 무논에 발이 쑥 빠지면 빼기가 쉽지 않다.
물이 많으면 빠져도 쉽게 발을 옮길 수 있는데 물이 자작한 곳은 발을 빼려면 제법 용을 써야 한다.
그러니 더 힘들다.
점점 한낮이 되어가니 기온이 올라가고 태양열이 살을 태울 듯이 뜨겁다.
비료 6포 중 4포를 다 뿌렸다. 논의 2/3를 했다.

아침을 생식으로 대신하여 배도 고프고 목도 타고 몸도 지쳐 논 밖으로 나와 그늘에서 쉬었다.
얼음물 벌컥벌컥 들이켰지만 매가리가 풀려 몸이 늘어진다.

먼발치 무성한 콩잎 사이로 보이는 아내는 뙤약볕 아래서 풀을 매고 있다.
고함을 질러 그만하고 그늘로 들어오라고 해도 흘낏 보기만 할 뿐 풀매기를 멈추지 않는다.
힘들어도 마무리해야 하니 처진 몸 일으켜 세운다.
이제 4번 왕복하면 끝난다.
속도를 내본다.
내가 빨리 끝내야 아내도 끝낼 수 있다.

무거운 비료통이 어깨를 압박하고 따가운 태양열은 내 몸뚱이를 화상을 입힐 듯 하지만 이를 악다물고 비료를 흩는다.

지치고 허기지고 작렬하는 태양에 몸은 달궈지고 정신마저 혼미해 지는 것 같다.
이러다 쓰러지는구나 싶다.
자농 6년차에 처음으로 들일 하다가 쓰러졌다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내가 체험하는 듯하다.

마지막 한통이 남았다.
어서 바삐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없는 힘 쥐어 짜내 속도를 내니 마침내 통을 비운다.
깊은 숨 토해내고 빈 비료포대를 거두고 나니 아내는 콩 순까지 다 베어 놓았다.
시각을 확인하니 12시다.
한낮 염천의 날씨에 3시간 가까이 일했다.

아내도 몹시 지쳤고 나는 운전하기도 힘들 정도라 그늘아래 10여분 널브러졌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더 이상 논에 들어갈 일은 없다.
피사리는 더 할 수가 없고 비료 흩기도 끝났고 병충해 방제는 공동방제를 하니 내 할 일은 끝났다.
앞으로는 논두렁 풀매기와 물 관리만 잘하면 된다.

나머지는 하늘이 알아서 할 뿐. 

<아내는 논두렁 풀매기와 콩순 베기를 마쳤다>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9/08/01 20:33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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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스 at 2019/08/02 16:49
선생님 마지막 사진은 거의 우실듯한......ㅋㅋ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한 만큼 가을엔 대풍작을 거두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화요일에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 왔습니다. 오르다 힘들면 내려와야지 하면서 혼자 갔었는데 꾸역꾸역 정상까지 갔다 왔습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아 느리고 힘들었지만 천황봉 아래 계단이 보이는 곳에 올라서니 얼마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허리도 많이 좋아졌고 이젠 좀 다녀도 될 것 같습니다~~ㄹㄹ
Commented by 백산 at 2019/08/02 18:25
마지막 제 사진의 얼굴 표정이 많이 일그러졌죠.
아내에게 카메라 넘겨주며 모델이 되었음을 의식했는데도 저런 얼굴이니 역설적으로 얼마나 작업이 고되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 리얼합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천왕봉 갔다오셨다니 이제 몸이 완쾌되셨는가 봅니다. 축하합니다.
그래요, 힘들지 않은 출사지부터 예전같이 가보십시다.

그동안 몸 회복 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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