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영농일지(19) 피사리4
2019년 9월 25일(수) 마지막 하러 갔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그저께 쓰러진 벼 묶어세우고 난 뒤 곧 피사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마 되지 않으면 그냥 두었을 건데 올해는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피'가 많다.

'저 노무 피를 싸그리 뽑아내고야 말리라.'

나는 어제 가야산 일출 출사 갔다 왔고, 아내는 새벽에 집을 나서 창원문화원 박물대 주관 '강화도 일원 답사여행'을 마치고 밤 12시가 넘어서 돌아왔다. 
나도 아내도 몸이 피로한 상태지만 오늘 '피'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결전의 날'로 잡았다.

올해 마지막이자 네 번째 피사리 작업이다.
지난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3차례나 피사리 했건만 추수를 앞두고 또 한 번 더 해야 한다니....ㅠㅠ
아침에 안개가 짙게 피어 기다리다 안개가 걷힐 때 집을 나섰다.
그런데 본포마을은 아직 안개 속이라 조금은 뜨악했다.

벼가 이슬에 푹 젖어 있어 망설이다 카메라 들고 논두렁 돌며 사진 찍는데 아내는 막무가내로 들어가 피사리를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논에 들어가 피사리를 해야 했다.

<어느새 논에 들어가 피사리를 시작하는 아내>
처음엔 '피' 대강이만 쏙쏙 뽑아 처리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힘은 더 들지만 뿌리까지 뽑는 게 확실한 퇴치가 되겠다.

벼와 떨어져 있는 피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뽑을 수 있는데 벼와 함께 자라 뿌리가 엉킨 놈들은 한 번에 뽑을 수가 없다.
안간힘을 써도 땅이 마른 편이라 한 방에 뽑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용을 써서 두세 번 나누어 떼어내야 겨우 뽑혔다.

<뽑은 피다발 메고 나오는 아내> 이럴 때 아내는 장골이다 장골
9시 무렵 시작했는데 물 마시러 나와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30분이다.
'이크, 아직 반도 못했는데...'

계속 하다가 허기진다고 피사리 그만하고 내일 다시 하긴 여러모로 번거롭고 불편하다.
아내에게 의향을 물으니 오늘 다하자고 한다.

따로 점심 먹기가 어려울 것 같아 봉강농협 옆 편의점에 가서 김밥, 샌드위치, 우유를 사와 요기했다.

한낮이라 볕이 따갑지만 구름이 많아 그럭저럭 할만하다.
언제 다하나 싶더니 줄어들기 시작하니 금새 줄어든다.
점심 요기 후에는 아내는 피사리에 치중하고 나는 '피' 뽑다 아내가 뽑아 모아둔 '피'가 쌓이면 논 밖으로 날랐다.
'피'가 점점 사라지는 논을 보니 힘이 절로 난다.

아내가 마지막 남은 피사리를 할 때 앞서 뽑아 둔 피다발 메고 나와 옆 풀밭에 던지고 차로 갔다.
카메라와 삼각대 들고 와 내가 나올 지점에 세팅해 놓고 다시 논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마지막 피사리를 끝냈을 때 아내에게 먼저 나가서 카메라 셔트 눌러 달라고 했다.

올해 논에 일할 때는 언제나 아내 모습만 찍었다.
그런데 오늘은 나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오늘 피사리가 올해 마지막으로 한 일이니까.
피사리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2시 30분이다.
헉! 피사리만 5시간 넘게 했다.

'피'가 사리진 논배미를 바라보니 얼마나 속 시원한 지.
더불어 농부의 자존심까지 세운 듯하여 흐뭇하다.

<피사리를 끝내고 말끔해진 우리 논>
<피사리 전후 비교>
"옆 논 주인 아자씨, 우리 논에는 피가 하나도 없는데요!"  (끝)

<이 모습은 실제 상황이다>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피사체가 되었을 뿐 연출이 아니다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9/09/26 16:44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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