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영농일지(20) 태풍피해2
2019년 10월 3일(수) 어제 낮부터 오늘 새벽 사이 태풍 '미탁'이 지나간 뒤라 오전에 논 둘러보러 갔다.
엊그제 논 둘러보러 갔을 때 벼멸구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다 이번 태풍은 우리 지역을 통과한다고 하여 설상가상(雪上加霜), ‘엎친 데 덮친 격’이라 마음이 심란하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사는 창원 북면은 비는 많이 온 편이나 바람은 예상보다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바람 피해는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 기대하며 논으로 달려갔다.
본포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보니 예상대로 쓰러진 벼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벼멸구 피해 구역이 더 늘어나고 빨갛게 타 죽어 있는 곳이 몇 군데 보여 마음이 무거웠다. 
인증샷 찍고 논으로 내려났다.

논 둘러보니 내려다 본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쓰러진 곳은 적은데 빨갛게 타듯 말라죽은 곳이 여러 군데다.
다행히 넓지는 않지만 벼멸구 피해는 급속하게 확산되는 경향이 크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수확할 날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금 딱히 내가 할 일은 없다.
그저 멸구 피해가 조금 늦춰지길 빌 뿐.

지난 자농 5년 동안 해마다 풍작이었는데 6년째 처음으로 당하는 피해라 마음이 착잡하다.
한동안 멍때리고 논만 바라보니 안타까운 마음 크지만 잘 버텨주기를 기대하며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벼멸구는 논이나 풀밭에서 살면서 식물의 즙을 빨아 먹는 해충으로 특히 우리의 식량인 벼에 큰 피해를 주는 곤충이다.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서는 월동하지 않고 중국에서 저기압을 타고 날아와 번식을 하는 해충으로 그 피해가 심각하다.
번식력이 강해 방제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피해가 크다.

애벌레와 어른벌레 모두가 벼 줄기의 밑 부분에 다다닥 붙어서 뾰족한 침을 꽂고 벼의 즙을 빨아먹어 벼를 병들어 죽게 한다.
벼멸구에게 해를 입은 벼는 밑동부터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다가 말라 죽거나 줄기가 약해지며 부러져 결국은 죽게 된다.

벼멸구의 애벌레는 몸길이가 3.3~5mm이고 날 때는 반투명한 갈색이 나며 광택이 난다.
벼멸구는 1년에 3~4번의 알을 낳기 때문에 개체수가 아주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보인다 싶으면 얼른 퇴치하셔야 농작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검색하여 얻은 자료 재구성함
벼의 병에는 도열병, 잎집무늬마름병, 흰빛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오갈병 등이 있고 해충으로는 멸구류, 매미충류, 이화명나방 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멸구 피해를 입다보니 멸구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지만 다른 병충해에 대해선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벼멸구로 인한 피해는 수확량이 감소할 뿐 아니라 쌀의 품질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논에서 벼멸구 피해 입어 벌겋게 타서 마른 벼를 바라보니 내 마음도 타들어간다.

<벼멸구 피해 지역> 멸구가 붙으면 벼가 저렇게 깡그리 말라죽는다.
5월말 논에 쓰레질이 시작되고 모내기 한 뒤부터 지난여름 내내, 아니 며칠 전까지 최선을 다해 애썼지만 결과가 이렇게 되어 벼농사를 망쳤다고 생각하니 정말 속상하다.
3차례의 공동방제도 했건만 방제 기간에 잦은 비로 방제효과가 떨어진 모양이다.

자농 6년 만에 병충해 피해를 당해보기는 처음이다.
농부의 심정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지난번 태풍 '타파'에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워 묶으며 절실한 심정으로 말했다.
“야들아, 이제 더 이상 쓰러지지 말고 버텨야 한다. 알았제!”

아들, 딸에게 당부하는 심정으로 말하며 울컥했을 정도였다.
벼는 농꾼에게는 자식과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식 돌보듯 벼가 잘 자라도록 여러모로 애썼기에 그런 감정이 들었겠지.

쓰러지고 벌겋게 타서 말라 죽은 벼를 바라보니 마음 아리고 가슴 답답하며 울적하다.
‘그러나 우짜노, 쟈들을 위해 농부로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으니 마음이라도 편하게 묵어야지.’   

<멀리서 보면 문제 없는 것 같은 벼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이렇게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
지금의 나는 벼멸구 피해가 크다 하더라도 수입이 조금 줄어들 뿐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가을걷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던 그 옛날에는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수확한 먹을거리가 부족하니 이른 봄 춘궁기에 시작되던 보릿고개가 가을부터 시작되어야 하니 그 궁핍한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가을에 흉년이 들면 굶어죽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벼농사의 작황이 가족의 생사여탈을 좌우할 그 옛날이었다면 내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년에는 올해 같은 피해 입지 않도록 시기에 맞게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겠다. (끝)
<지난 번 묶어 세운 벼가 쓰러져 있기에 세우고 보니 이렇게 싹이 났다> 벼가 쓰러져 낱알이 물에 잠기면 이렇게 싹이나 상품성이 없다
<옆논은 쓰러진 벼가 물에 잠겨 있어 싹이 날 것이고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태풍 때 쓰러진 우리 논의 벼를 묶어 세운 게 잘한 것 같아 다소 위안이 된다>
<우리 논 풍경> 그냥 보기엔 풍년 들판 같아 보인다.ㅠㅠ
<파노라마> 클릭!  / 우리 논의 피해 변화 모습

1. 9월 19일 / 별다른 피해 없이 잘 익어 가고 있었다
2. 9월 23일 / 태풍 '타파'로 인해 벼가 쓰러진 곳이 보인다  
3. 10월 3일 / 태풍 '미탁'이 지나간 뒤 벼멸구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붉은 부분) / 성한 곳도 짙은 갈색 부분의 벼들은 서서히 말라 죽을 것으로 예상된다ㅠㅠ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9/10/03 20:43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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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풀잎아 at 2019/10/05 06:34
어제 오후에 이 글을 읽었는데 텍스트만 보였습니다.
ㅡ 사진은 어디를 갔는지..

태풍 보다 병충해로 수확이 줄 거 같다니 ㅡ.ㅡ
위로 드립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9/10/05 08:37
제 컴과 폰으로 보니 사진이 잘 보이는데 왜그렇까요? -_-::

맞습니다.
태풍보다 벼멸구가 올 농사를 망치지 싶습니다.

이젠 논에 가기도 싫습니다.
말라 죽어가는 벼를 보면 울 것 같.....ㅠ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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