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영농일지(22) 추수하는 날
2019년 10월 22일(화) 를 했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어제 예정되었던 추수가 하루 더 늦춰져 오늘하게 되었다.
어제 저녁에 통화할 땐 오늘 오후 늦게나 할 거라더니 오늘 10시 조금 지나 정확한 시간 알려고 통화하니 잠시 뒤에 할 수 있을 거란다.
“이 머꼬!~”

전화 끊자마자 후다닥 준비하고 부랴부랴 달려갔다.
추수 전에 벼 상태 담으려고 사진 몇 컷 찍고 나니 콤바인이 우리 논으로 달려든다.

"참~내~" 
정확한 시간 예정은 어렵다 하더라도 오후 늦게 한다던 추수를 오전에 하는 게 말이나 되냐고!
(오후 늦게 한다고 멀리 일출 출사라도 갔으면 우짤뻔 했냐고!) 

쓰러진 벼 묶었던 줄을 잘라내야 한다고 해서 서둘러 잘라 거두었다.

추수가 끝날 때까지 중요한 장면마다 셔트를 누르느라 바빴다.
해마다 느끼지만 추수 참 빠르고 편하게 한다.
60년대 우리 어릴 적에는 추수하려면 여러 날이 걸렸고 많은 인력이 동원 되어야만 끝낼 수 있었다.

맨 처음 벼를 일일이 낫으로 베야 했다.
벤 벼는 말리기 위해 논에 늘어놓아 두었다.
며칠 지나 적당히 마르면 양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볏단을 묶는다.
탈곡은 발판을 발로 굴려 돌아가는 인력식 탈곡기에 타작을 했다.
(지역에 따라서 전통 탈곡기구인 머리빗처럼 생긴 홀태에 볏단을 훑어 탈곡을 했다.)
쏟아진 낱알들은 일일이 바가지로 바람에 지푸라기를 날려 보내야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다음 챙이(키)에 담아 챙이질을 하여 먼지를 날려 보내고서야 깔끔한 낱알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대자루에 바가지로 퍼 담아 지게에 지고 나르거나 리어카에 실어 집으로 날랐다.

<홀태> 우리 어린시절에도 사용한 전통 탈곡기구다. / 검색하여 얻은 사진
이렇게 여러 날이 소요되고 손이 많이 가는 고된 추수과정을 지금은 콤바인이 지나가기만 하면 동시에 끝난다.
벼 베기 - 탈곡 - 키질 - 볏단 잘라 논에 깔기 - 깨끗한 알곡만 트럭에 옮겨 실어 산물벼 수매장소로 가서 부려 놓기만 하면 끝난다.
내가 할 일은 지켜보기만 할 뿐 딱히 없다.

1시간만에 추수가 끝났다.
순식간이다.

추수가 끝난 논을 촬영하고 카메라를 거둔다.
콤바인이 벼를 훑고 지나간 빈 논을 망연히 바라본다.
허허벌판
빈 공간만큼이나 내 마음도 허허롭다.

벼가 빼곡하게 차 있던 논이 바닥을 드러내며 빈터로 남았지만
지난여름 내내 고생한 우리부부의 노동이 환영처럼 보인다.

허무, 아쉬움, 안도, 홀가분함이 뒤엉킨 터에
우리부부의 땀이 배어 있고
고단함과 한숨도 서려있다.

결국 꽉 참(滿)과 텅 빔(虛)은 양태만 다를 뿐 같은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
본포횟집에서 콤바인 사장님 부부, 멘토 형님 부부, 우리 부부가 같이 점심 식사를 했다.
두 분께 감사의 뜻으로 밥값은 내가 계산했다.

산물벼 수매장소인 봉강농협 근처에 있는 창원시 농협공동사업법인(미곡처리장)으로 갔다.
우리 벼가 곧장 처리되었다.

수확량은 총 3,400kg / 수분함량 약 19%
예년에 비해 평균 400~500kg 정도 적다.
산물벼 수매 기준인 40kg 포대로 10포대 정도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10%가까이 준 셈이다.

벼멸구와 태풍 피해로 걱정했는데 수확량이 예상보다 크게 줄지는 않아 다행으로 여긴다.
아니,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산물벼 수매확인서 받고 돌아왔다.
이제야 올해 벼농사 완전히 끝났다.
홀가분하다.
“아! 기분 좋다.”

“동순씨, 수고 많았어요.”
“백산, 자네도 욕봤네.”

<추수 직전 우리 논 모습>

<추수과정>
- 콤바인 저장고에 벼 낱알이 가득 차면 트럭에 옮겨 싣고 비운다 -
- 벼멸구 피해가 제일 큰 곳을 콤바인 지날 때 볼 때마다 속상해 하던 마음 속 응어리를 밀어낸 듯 속 시원함이 컸다 -  
- 논의 가장자리를 먼저 두어 바퀴 훑고 나서는 논 가운데 부분을 가로질러 간다 -
"앗! 고라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과정에서 논 가운데 숨어있던 고라니가 놀라 도망간다 

저 놈들은 벼가 여물어 갈 무렵 논에 물이 줄어들면 물이 없는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고 무시로 드나든다.
논 가운데로 이어진 고라니가 드나들며 빤질해진 길 옆의 벼가 쓰러진 곳을 볼 때마다 속상하여 "더런 넘"이라 욕도 했다.

오늘도 고라니가 숨어있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콤바인이 가까이 가니 머리를 쳐든 모습이 보인다.
급하게 망원렌즈로 갈아끼우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고라니는 안보이고 벼가 움직이는 게 보여 따라가니 어느순간 모습을 드러내며 냅다 튄다.
날아가듯이 높이 점프한다.
얼마나 놀랐으면 저럴까 싶어 웃음이 난다.
연사모드로 촬영했지만 뒤태만 담았다.

"야 이넘아, 한 달 넘게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방세는 내고 가야지!" 
- 추수 작업은 계속된다 -
- 다시 콤바인 저장고를 비운다 -
- 추수가 끝나는 순간 -
<산물벼 수매현장>
- 사진의 수치가  최종 중량인줄 알았는데 수매확인서 받아보니 3,400kg다 -
- 내년 5월말부터 다시 논농사가 시작된다 -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9/10/23 08:32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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