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여수 가족여행
1. 여행한 날 : 2019년 12월 7일(토)~8일(일) 1박 2일
2. 여행한 곳 : 창원-순천 송광사(불일암)-여수 돌산공원-여수밤바다 포차거리(1박)-향일암-창원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이번 여행의 주제는 “여수 밤바다”다.

막내 처제가 언니들과 여수 밤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단다.
그 황홀한 밤바다 풍경을 마주하며 가족의 정에 흠뻑 취하고 싶었던가 보다.

평소에도 세 자매는 한 집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날마다 전화로 대화하는 사이다.
어떤 날은 아내와 내가 나누는 대화보다 더 많은 시간을 전화질 한다.
이런 우애 돈독한 세 자매의 멋진 여행길에 동서와 내가 도우미로 따라나섰다.

여행은 떠남 그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느냐는 그저 여행의 양념일 뿐.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

1박 2일 여정은 목적지 “여수 밤바다”외에는 뚜렷한 계획이 없단다.
내가 세 자매 낭만여행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멋지고 편안한 잠자리를 물색해 봤다.
여수 밤바다가 잘 보이는 유명 호텔과 리조트 여러 군데 검색해보니 주말이라 빈방이 없다.

‘그래, 하룻밤 잠자리가 낭만여행의 걸림돌이야 되겠는가.’
그냥 떠나기로 한다.
첫날 아침 부산에서 막내처제가 운전대를 잡고 우리 부부를 데리러 왔다.
저녁 식사를 여수에서 하면 되니 가는 길목에 있는 관광지를 거쳐 가기로 한다.

여수 가는 길목인 순천 근방 유명 관광지는 다들 다 한 번 이상은 가봤기에 아무도 딱 부러지게 가고 싶은 곳이 없단다.
고심하다 내가 송광사 불일암을 떠올렸다.
2013년 봄꽃이 화려하게 수놓을 때 처음 가보고 반해버린 법정스님의 안식처다.
아내는 신실한 정토회 신자, 큰 처제와 동서도 불심 깊은 불교신자다.
절집만 가면 법당에 들어 108배를 한다.
아무도 불일암은 가보지 않아 모두 흔쾌히 가자고 한다.
 
오랜만에, 그것도 처제, 동서와 함께 불일암을 찾아드니 감회가 새롭다.
계절의 변화 외에는 무소유의 절집 풍경은 변함이 없다.
다들 좋다고 하네.

송광사 불일암 가는 '무소유의 길'을 걸은 것만으로도
법정스님 유해를 안장한 후박나무 앞에 서서 합장한 것만으로도
생전에 빠삐용 의자에 앉자 계신 스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만족스럽다.

불일암을 나와 송광사로 가는 오솔길을 걸으며 법정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을 되내어 본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너무 많이 가졌거나 많이 가지려고 삶이 고단한 오늘날이 아닌가.
무소유 불임암에 들어 마음의 욕망을 조금은 덜어내어 보시라.
여수에 도착하여 목적지인 여수밤바다 포차거리 주변 모텔에 짐을 풀고 돌산공원으로 갔다.
돌산대교 일몰 풍경과 조명이 화려한 야경 촬영을 하기 위해서다.
사진 찍는 나를 위한 일행들의 배려 덕분에 마음 편한 출사가 되어 만족했다.
숙소로 돌아와 걸어서 5분 거리인 포차거리 주변 여수밤바다를 걸었다.
세 자매는 나란히 여수밤바다를 걸으며 뭘 보았고 뭘 느꼈을까. 
감성 무딘 내가 걷는 여수밤바다와 세자매가 걸은 바다는 다른 바다였을 거라고 집작만 해본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저녁 만찬 자리.
해물요리 전문점에서 저녁식사를 빙자한 술자리가 된 건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주고받는 술잔 속에 오고가는 정”

이런 자리에서는 술의 힘을 빌려 나의 민낯, 내 안의 나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당연히 말이 많고 말실수도 따르지만 마주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진해진다.

위선의 가면을 벗고 화장을 지워 나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이런 술자리도 가끔은 필요하다.
내가 1년에 한두 번 대취 한다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1차로 끝내기는 늘 아쉽다.
당연히 2차를 가서 술잔이 수없이 돌고 나서야 잠자리를 찾아든다. 
새벽에 눈을 뜬다.
술기운이 여전히 진하게 남아있다.

가까운 무슬목 일출 출사가려고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사인 막내 처제도 음주의 기운을 다 떨쳐내지 못했다.
동서와 둘이만 택시 타고 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진가와 여행객들이 많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라 일출경은 평범했다.
버스타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오늘 목적지도 정한 바 없다.

역시 딱 부러지게 가고 싶은 곳이 없단다.
누구나 다 가본 곳, 향일암으로 갔다.

관광객이 많다.
주차장 근처 식당에서 ‘우럭 맑은탕’으로 해장을 겸한 아점을 먹었다.
동서가 해장소주 1병을 비울 때 내가 한 잔을 거든다.

향일암을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오니 12시가 넘었다.
다들 피로한 기색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으니 곧장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일요일 오후지만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붐비기 직전의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려와 우리 아파트 앞 식당가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일행이 부산으로 떠나며 1박 2일의 짧지만 뜻 깊은 여정을 끝낸다.
중국계 미국 작가 ‘이윤 리’의 소설 『천년의 기도』에
“중국에는 수백세가동주修百世可同舟, 즉 누군가와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인연에는 3백 년의 기도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속담의 뜻은 모든 관계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친구와 적, 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과 베개에 나란히 머리를 뉘는 데는 3천 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냥 스치는 인연도 삼백년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천년의 기도는 필요하리라.
그 오랜 시간 동안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소중한 만남의 인연이 가족이다.

이번 여수여행은 그런 그들과의 특별한 만남이다.
그 만남은 내 삶을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끝)

<세 자매>
<'무소유'의 상징인 빠삐용 의자> 법정스님께서 직접 만드셨고 애용하셨다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19/12/10 17:40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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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해영 at 2019/12/13 12:18
매번 도둑처럼 훔쳐만 보다 글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

아직 불일암을 못 가 봤습니다.
다음 봄에는 들려 볼 작정입니다.

[불일암의 사계] 최순희 사진집이 있습니다.
법정스님의 모습은 없지만 사진에 담긴 암자와 스님의 글만으로도
법정스님의 향기를 느낄수 있습니다.

비매품으로 절판 되었던 책이 ..정지아님의 해설을 곁들여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불일암의 사계로 새로 편집되어 나왔습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9/12/13 20:19
오! 해영님, 오두막에서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___^**
추천하신 책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검색해서 내용을 보니 읽어봐야겠습니다.
다음 구입목록에 올려둡니다.

4계절 언제 들어도 좋은 곳이지만 봄날에 꼭 불일암에 들어보십시오.
무소유의 길을 걸어 불일암에 들어 법정스님을 뵙고 나올 때는 송광사로 가는 오솔길을 걸어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시간 넉넉하게 잡고 가셔서 스님 계신 후박나무 옆 통나무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번 보내주신 백두산 사진집 <아직도 갈 수 없는 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제 산사진 활동에 지침이 될 것 같습니다.

날이 점점 차가워지네요.
늘 건강하소서.
Commented by 봉이 at 2019/12/15 08:51
해영님 따라 저도 들어왔습니다.
순서대로 법륜스님 책 백산님의 시선을 따라 같이 덤으로 읽고 두 번째 여수 여행길에서 이렇게 멈춰 글을 남겨 봅니다.
어제 해영님께 블로그 소개 받았을때 느낌 그대로를 안고 여행길을 읽었는데 앞으로 읽어 갈 글들은 또 어떤 느낌으로 가슴에 담겨지게 될지..^^
오늘 모든 글들을 탐독할 예정이라 행복 예약입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19/12/15 21:09
'봄이'님을 제 오두막에서 인사드릴 줄이야..., 반갑습니다. ^____^**

낙남정맥 종주 끝내셨나요?
지금은 끝내셨으리라 보고 축하드립니다.
서울에서 매주 내려와 완주하신다고 수고많으셨습니다.

'봄이'님이 읽을만한 글은 아닌데.... -_-:;
아무튼 반갑고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풀잎아 at 2019/12/15 16:37
명색이 불자라서 그런지 이 글 속에 잠시 묻혀 봅니다.
잊고 있었던 불일암의 전경과 무소유길의 고요함까지..

대쪽같이 꼿꼿한 자기 수행의 스님 가신지 벌써 10년..
가끔 길을 잃을 때 가장 그리운 스님이십니다.

연말 인사차 들렸습니다.
한 해 무탈하시고, 새해에도 여여하시기를요.
- 손가락 부상은 좀 어떠신지요?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Commented by 백산 at 2019/12/15 21:20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불일암에 들면 심신의 안정에 큰 도움이 될거라 확신합니다.
물론 불자라면 어느 절집에 들어도 마찬가지겠기만요.

건강하시죠?
손가락은 여전히 치료중입니다.
손가락 마디 인대 손상이라 잘 낫지 않아 신경쓰이고 불편합니다. ㅠ..ㅠ
뒷산 산책은 매우 조심스럽게 하는데 눈 오면 산으로 출사가야 하는데 우찌될지...=3=3=3

또 한 해가 저뭅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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