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독후기13 두 늙은 여자
「두 늙은 여자」를 읽고
나는 인디언을 아주 좋아한다.
그들의 삶을 동경해왔다.

그들의 삶에 대한 신념과 태도에 반했다.
이 지구가 멸망하는 날 한 종족만 살아남아야 한다면 그들은 인디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제 그들은 없다.
적은 수의 후손들이 명맥은 이어가지만 조상대대로 물려온 온전한 삶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어느 종족이나 국가의 사람들보다도 도덕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절제된 삶을 살던 그들이 사라진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인디언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감동하고 만족했다.

이 책도 인디언에 대한 이야기라 서슴없이 집어 든 책이다.
에스키모 인디언인 '그위친'족의 전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겨울 기근이 닥치자 부족 전체가 굶어죽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알래스카 ‘그위친’ 부족의 한 무리는 먹을 것을 찾아 새로운 생존지를 찾아 떠나기로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족장은 그동안 돌보던 두 늙은 여인을 눈벌판에 두고 가기로 결정한다.

“두 늙은 여인은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무력감과 배신감에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눈길을 외면하던 이웃과 친딸과 손자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이들은 곧 꽁꽁 언 시신으로 발견될 것이다.
각자의 생존 앞에서 약한 노인을 돌봐야 한다는 잘 운영되는 사회만의 합의는 깨어지고, 친족들조차 리더의 결정에 그 어떤 항의도 하지 않는다. 모두 침묵한다.”

부족은 물론 가족들조차 더 이상 생존에 필요한 양식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소비만 하는 늙은 두 여자에게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실제로 에스키모 인디언들 사회에서는 ‘고려장’ 같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기근이 들 때마다 있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부족 전체가 아사 상황에 직면하면 그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겠다.
최소한 부족의 몰살은 면해야 하니까.

부족이 떠난 후 버려진 두 늙은 여자, 80세인 ‘칙디야크’와 75세의 ‘사’는 분노와 절망감을 털고 분연히 일어난다.
‘사’가 말한다.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

그들은 지난날의 사냥기술을 떠올려 덫을 놓아 다람쥐와 토끼 사냥에 성공한다.
사냥한 두 마리의 토끼 고기로 연명하며 죽을힘을 다해 찾아간 새로운 생존지에서 극적으로 생존을 이어간다.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사냥감이 많은 여름날에 물고기와 짐승을 사냥하여 겨울에 대비한다.
둘이 먹기엔 넘치도록 충분한 식량을 확보한다.  
한편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간 부족들은 새로운 생존지에서도 식량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굶주림으로 많은 부족원을 잃고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두 여자의 죽음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그들은 4명의 사냥꾼을 보내 그들의 생존을 추적한다.

사냥꾼들이 그들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자신들이 버렸던 두 늙은 여자가 나눠준 먹거리로 부족들은 굶주림을 면한다.
‘칙디야크’는 자신을 버렸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손자와 딸을 용서하고 화해한다.

전문가들은 ‘서평’을 쓸 때는 줄거리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글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기’이고 무엇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싶은 충동이 크게 일어나 쓰게 되었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잡자마자 단숨에 읽고 말았다.
171쪽 분량의 얇은 책이긴 하나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다보니 어느 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차분하게 읽은 게 아니라 가슴 두근거림의 연속으로 읽었다.
책 한 권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
늙은 두 여자의 생존 과정의 이야기가 조금 더 자세하고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너무 짧아!
허전하고 아쉬운 내 마음을 책을 덮고 두 늙은 여인의 생존 과정을 상상하며 이어 간 이야기로 채워갔다.

이 책에는 밑줄을 긋지 않았다.
대신 밑줄 그을 부분에 작은 방점만 찍어 두었다.
여백에 메모도 하지 않았다.
따로 띠지를 붙여 메모했다.

어린 손주들이 조금 더 크면 차례차례 읽게 하고 싶어서다.
지금은 손주들이 집에 오면 '두 늙은 여자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감동의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당신의 뇌리 속에 영원히 각인될 노년의 성장소설”

책 한 권을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단숨에 다 읽고, 두 시간 남짓 만에 독후기 초고를 완성한 건 처음이다.
감동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쓰고 싶어서다. (끝)
<덧붙임>
부족에게 버려져 죽음을 앞에 둔 두 늙은 여자는 지난 날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두 늙은 여인.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불평을 해대지.
우리는 먹을 게 없다고, 젊었을 때가 좋았다고 떠들어댔어.
사실은 더 나을 것도 없었는데 말이야.

우리는 우리가 너무 늙었다고 생각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젊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우리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기는 거야.”

늙은 두 여자의 반성하는 말을 듣고는 지금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젊었을 땐 내 직분에 최선을 다했지만 법적 노인이 된 지금은 어떤가?
두 늙은 여자와 다를 바 없지는 않은가?
꼰대 짓거리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나이가 드는 건 쓸모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5/13 14:40 | 교육단상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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