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일출(35) 월출산6
2020년 7월 2(목) 출사 갔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산친구 셋이서 월출산 출사 갔다.
경포대 삼거리에 오르니 안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실망감이 엄습해온다.

신아님은 암봉 아래 포인트에서 찍겠다고 그곳에 멈추고 우리는 정상으로 올랐다.
나는 월출산 출사 때면 대부분 이 포인트에서 촬영해 왔기에 오늘은 색다른 그림을 담고 싶어 정상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왔다.

천황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경포대 삼거리에서 본 풍경과 다를 바 없어 허탈했다.
어둠 속 무채색의 황량하고 흐리멍텅한 풍경에 넋이 빠지는 느낌이다.

박무가 피어올라 흐릿해진 암봉과 산그리메, 안개 없는 영암벌과 골짜기들, 동쪽 하늘을 막고 있는 구름 등 최악의 그림을 마주했다.

월출산 일출 출사는 올해만 6번째다.
산악사진에 몰두한 최근 4년 동안 20회 넘게 출사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이렇게 우울하고 심란한 출사는 처음이다.

정상석 아래 배낭을 내던지다 시피 부려놓고 쭈그리고 앉았다.
카메라 꺼낼 일이 없을 것 같아 그냥 한숨만 토하며 멍하니 앉았다.

산 친구 창민씨가 조망을 살피러 가다가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혔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사진 촬영을 포기하고 웅크리고 앉았기에 먼저 하산하여 공단 직원에게 약이나 발라달라고 하라고 했다.
그러겠노라하며 차에서 잠자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산친구가 하산하는 뒷모습 바라보니 우울모드가 깊어진다.
잠시 뒤 어느 사진가 한 분도 먼저 하산한다고 인사를 건넨다.
‘그래, 이런 상황에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현명할 수도 있지.’
조심해서 가시라고 답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일출 시각 무렵에 동쪽하늘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암봉을 흐릿하게 막고 있던 박무도 흩날려 스러져가니 암봉이 제 모습 드러내며 뚜렷해진다.
하늘의 구름이 볼만한 모양으로 변하고 일출빛의 색감을 토해낸다.

블로그용 인증샷이라도 찍고 싶어 삼각대를 펼친다.
점점 상황이 나아지더니 안개 속에서 해가 제 모습 드러낸다.
약한 빛이라도 암봉과 능선을 밝히니 조금 더 나은 그림이 된다.

인증샷이라도 찍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하산했다.
하기사 산이 기대한 만큼의 그림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산악사진가는 처음 산정에 올랐을 때 기대와 다른 풍경에 느낀 모든 시름을 하산할 때는 부려놓는다.
따라서 하산하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
오늘도 이렇게 도를 닦는다.

<여명>
<구정봉 방향>
<일출>
<파노라마> 클릭!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7/03 19:06 | 사진 갤러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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