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독후기21 D에게 보낸 편지
「D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당신은 곧 여든 둘이 됩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해 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오직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의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 책 <D에게 보낸 편지>는 앞서 읽은 '정용실' 아나운서의 <공감의 언어>에 소개된 위의 글을 읽고 감동 받아 득달같이 구입하여 읽은 책이다.

“『D에게 보낸 편지』는 앙드레 고르가 아내 도린에게 바친 아름다운 연서(戀書)다.
도린은 거미막염이라는 불치병과 암으로 30년 가까이 투병해왔다.
1년 전, 아내의 죽음이 가까워오면서 ‘고르’는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내와의 인연이라고 느끼면서도, 여태까지 써낸 숱한 글 가운데서 아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뒤늦게 뉘우쳤다.
그리고 아내와의 첫 만남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한 통의 긴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 편지는 얇은 책 한 권 분량은 족히 되었고 이를 안 지인들이 출판을 권유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당신은 곧 여든 둘이 됩니다.”에서 시작하여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로 끝나는 구구절절한 감동적인 연서(戀書).
죽음을 앞둔 아내를 위해 쓴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

“아내를 사랑하는 표현을 이보다 더 강렬하고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문장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감동적 사랑 고백이자 예술적 유언서이기도 한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앙드레 고르, 그는 2007년 9월 22일, 불치병과 암으로 1983년부터 무려 24년간 고생한 아내 도린과 함께 60년간의 동반자 생활을 마감했다.
한 날 한 시에 부부가 독극물 주입으로 동반 자살을 선택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부부가 같이 죽는 것은 ‘신이 내린 선물’인데, 그런 뜻에서 ‘고르’ 부부는 신의 선물을 ‘자율생산’한 셈이다.”라고 부록을 쓴 강수돌 교수는 표현했다.

여든세 살의 철학자가 여든두 살의 아내에게 바친 ‘사랑과 헌신과 감사로 가득 찬 글’을 읽고 나와 아내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40년간의 동반자 생활을 생각해 본다.

돌이켜 생각하면 할수록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은 턱없이 부족했고 여러모로 소홀했음을 자책하게 된다.
얼마가 될지 모를 남은 삶이라도 나도 저자처럼 아내를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사랑하며 살고 싶다.

아내를 향한 나의 눈빛, 나의 손길, 나의 한 마디 말부터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 보자고 다짐해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의 언어로 말이다.

더불어
고르와 도린 부부의 독극물을 이용한 자살법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다.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최선의 죽음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나 아내나 죽음을 앞두고 요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으며 의미 없는 삶을 강요당하기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내가 죽기 전에 우리나라도 존엄사가 인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
<덧붙임>

= 기억하고 싶은 문장 =
책을 읽다가 밑줄 그은 내용 중 내가 글을 쓸 때 유용하게 인용할 만 하거나, 가슴에 새겨 두고 실천하고 싶은 내용을 옮겨 보았다.

1.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줄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 p.6

2.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더 생각해볼 말미 따윈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을.
이대로 당신을 떠나보내면 영원히 후회할 것임을.
당신은 내가 몸과 마음 모두를 사랑할 수 있고 함께 있으면 깊은 공명을 느끼는 최초의 여자였습니다.
한마디로 당신은 나의 진정한 첫사랑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내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면, 나는 결코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 29-30쪽

3.
사랑의 열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지요.
타인과 공감에 이르게 되는 한 방식입니다.
영혼과 육체를 통해 이 공감에 이르는 길은 육체와 함께하기도 하고 영혼만으로도 가능한 것입니다. / 34쪽

4.
(자신의 저서) 「늙어 간다는 것」의 마지막에는 나 자신에게 권고하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여기에 있음으로써 다른 아무 곳에도 없음을, 이것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지, '결코'나 '항상'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 오직 이 생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 57쪽

5.
살아있는 모든 것과 잘 통하는 당신은 내게 들판과 숲과 동물들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말을 하면 다들 어찌나 당신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던지 마치 당신의 말뜻을 알아듣는 것 같았지요.
당신은 내게 삶의 풍부함을 알게 해주었고, 나는 당신을 통해 삶을 사랑했습니다. / 72쪽

6.
나는 당신 몰래 등 뒤에서 당신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신은 ‘라 졸라’의 드넓은 해변에서 바닷물에 두 발을 담근 채 걷고 있습니다.
당신은 쉰두 살입니다.
당신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 사진은 내가 참 좋아하는 당신 사진 중 하나예요. / 82쪽

7.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온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89쪽

8.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줄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 89쪽

9.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 89~90쪽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7/14 16:51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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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태우 at 2020/07/16 07:29
선배님 덕분에 늘 좋은 글과 말씀을 들어서 감사합니다.
혹시 창민씨하고 설악에 오시면 연락 주실래요?
늘 건강하시고 안산즐산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꾸벅~
Commented by 백산 at 2020/07/16 17:35
'창민'님은 오늘 퇴근하고 2박 3일 설악산 출사 간다고 하더군요.
저도 같이 가고 싶지만 이번엔 가지 못합니다.

태우님,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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