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지에서 자리 선점 문제에 대해
지난 주 가야산 일출 출사에서 포인트 선점 문제로 난감한 일이 생겨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제 문제 제기가 잘못되었다면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출사지 자리 선점 문제

최근 몇 년 사이에 사진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을 출사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다.
(흔히 ‘국민포인트’라고 말하는)풍경이 빼어나고 접근하기 쉬운 출사지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사진가가 구름같이 몰려드는 판국이다.

계절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촬영할 수 있는 출사지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명 출사지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시기에 집중되어 몰려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일출 시각대에 촬영해야 하는 곳이라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핵심 포인트 선점 문제가 관건이 되며 그 자리가 좁을수록 문제는 커진다.

자리 선점의 경쟁이 심하다보니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촬영 시각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도착하여 자리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평지의 경우 유명 일출포인트는 전날 저녁에 도착하여 자리 선점하여 밤을 지새우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주요 포인트에서는 사진가들 사이에 다툼이 많이 발생한다.
얼굴을 붉혀야 하거나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건 흔히 볼 수 있고 심지어 멱살잡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꼬락서니 보기 싫어 국민포인트 촬영은 포기하는 사진가들도 많다.

<세량지 / 일출 촬영이 끝나고 한참 뒤라 저 정도다. 일출 무렵에는 둑방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지난 주 가야산 출사 때 일이다.

일출 30분 전 쯤에 칠불봉 정상에 올랐다.
두 분의 사진가가 먼저 와 앞쪽 바위 위와 그 옆에 삼각대를 펼치고 있었다.

가야산 일출 촬영 주 포인트인 칠불봉 정상은 삼각대 세우기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지금처럼 앞쪽 끝에 두 사람이 서면 뒤쪽 사진가들은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잠시 머뭇거리다 정중하게 뒤로 물러나 같이 삼각대 세우자고 권유했다.
그런데 선뜻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잠시 뒤 두 분 중 나이가 조금 더 들어 보이는 사진가가 이 상태로 촬영하다가 번갈아 찍자고 한다.

우리 제의를 거절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긴 했지만 막상 거절당하고 나니 난감했다.
가야산 일출 출사 다닌 이후 여태껏 이런 상황이 서너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먼저 자리 잡은 분들이 양보하여 같이 촬영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가장 먼저 도착해도 언제나 뒤쪽에 삼각대를 세우기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촬영하다가 번갈아 찍자고?’
말이 양보지 변화무쌍한 일출경일 경우 초를 다투며 촬영에 열중해야 할 상황인데 어찌 양보하고 말고가 있겠는가.
자신들도 선뜻 양보할 마음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또 우리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된다.
마뜩찮았지만 아직 촬영할 상황이 아니라서 한숨 내쉬며 뒤쪽에 앉아 기다려본다.

일출 시각이 가까워오니 산안개가 점점 더 피어올라 정상까지 뒤덮는다.
잠시 뒤 하늘이 얼핏 열리는데 산 아래는 안개가 피어 있고 왼쪽 산 아래에서 골짝을 타고 암봉 사이를 비집고 넘고 있다.
놀랄만한 광경을 잠시 보여주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다만 동쪽 하늘이 짙게 피어오른 박무로 막혀 있어 완성된 그림은 보여주지 못한다.

세 사람은 촬영 준비를 하는데 나는 촬영할 마음이 적어 그냥 퍼질러 앉아 있었다.
산 아래와 앞쪽 능선 풍경이 아무리 좋다 해도 빛을 가린 시커먼 동쪽 하늘을 보니 썩 내키지 않는다.
거기다 내가 촬영하려면 그들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거나 촬영하나마나한 자리에 삼각대를 세워야 한다.
이러니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가야산 설경> 앞쪽 바위가 프레임 속으로 들어와야 가야산다운 그림이 완성된다
닫힌 하늘이 열릴 기미가 없어 센 바람을 피해 그들과 떨어져 정상석 부근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강한 바람에 하늘이 살짝 열릴 때마다 몇 컷 담던 산친구도 촬영 멈추고 내게로 와서 같이 마주 앉았다.

산친구가 그들에게 한 번 더 뒤로 물러나 같이 찍자고 권유했는데 나이가 적은 사진가가
“그렇게 찍고 싶으면 일찍 오지.”했다며 분개한다.
나도 그 순간 크게 놀랐다.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산 사진 찍는 사진가가 그런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음에 황당할 뿐이다.
산악사진가라면 그런 막가파식 말은 결코 할 수가 없다.

촬영 적기마다 벌떼처럼 모여드는 평지 국민포인트에서 자리 때문에 아귀다툼 벌이는 그런 상황은 대체로 높은 산, 특히 칠불봉에서 일출 촬영할 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오늘은 출사 온 사진가가 그들과 우리 모두 4명뿐이라 자리다툼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악한 칠불봉 정상도 두어 발 뒤로 물러나 위험표지판과 나란히 일렬로 서면 5~6명은 촬영할 수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두 사람만 1m 정도 물러나면 4명이 같이 촬영할 수 있는데도 고집을 부리니 부아가 난 것이다.

그렇다고 화각이 많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앞 쪽 바위가 들어오는 게 싫어 앞쪽을 고집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둘만 있을 때도 뒤에서 앞쪽 바위를 넣어 촬영한다.
앞쪽 바위가 들어와야 가야산다운 그림이 완성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사진가마다 보는 시각이 다들 수 있으니 예외로 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고집을 부릴 일인가?
사진 포인트에서 양보할 수 있음에도 선점의 텃세를 2시간 넘게 힘들게 오른 이런 산정에서조차 고수할 일인가?

가야산은 백운동 주차장에서 칠불봉 정상까지 약 4km다.
산길이 거친 편이라 오르는데 만 2시간 넘게 걸린다.

나의 경우 산행 능력이 보통 수준인데 대개 2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일행이 있고 여유가 있으면 2시간 30~40분이 걸리기도 한다.

가야산은 우리가 일출 출사 자주 가는 산 중에서는 지리산 천왕봉 다음으로 힘든 곳이다.
그렇게 쌔빠지게 정상에 올랐는데 두 사람 때문에 촬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니 말이 되는가!

불행 중 다행(?)으로 안개가 걷히지 않아 촬영은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다시 하늘이 열려 아까 본 그런 멋진 풍경이 보이고 빛이 있었더라면 우리도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았을 거고 무슨 사단이 나도 났을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사진가분들, 남보다 일찍 와서 좋은 자리 선점 한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양보할 수 있다면 양보해서 같이 촬영하십시다.
특히 모두들 먼 거리 운전하고 왔고 또 힘들게 오른 높은 산에서는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묻습니다.
(양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보하지 않을 때)
“자신이 늦게 왔다면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도 그냥 촬영 포기하고 군소리 없이 하산할 수 있나요?”  (끝)
<덧붙임>

1. 때로는 위 상황과 반대인 경우도 있다.

가상의 포토라인 따라 일렬로 삼각대 펼치고 있는데 앞쪽에 끼어드는 사진가들도 있다.
이 또한 무슨 경운가!
(물론 황매산 같은 아주 넓은 출사지의 경우는 상황에 따라 예외일 수도 있다.)

사진가라면 절대로 모르고 그러진 않는다.
상황을 딱 보면 끼어들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다면 어째야 하나?
정중하게 빠져달라고 해도 고집 부린다면 결과는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상황이 될 게 뻔하다.
당사자들은 물론 주변 사진가들까지 당혹스럽거나 허탈하게 만드는 꼴이 생긴다.

<가상의 포토라인> 저 포토라인 앞쪽에 끼어들면 안되겠죠?
2. 또 하나 문제 삼을 만한 경우가 있다.

일출 산행은 대개의 경우 일출 1시간 전부터 늦어도 30~40분 전에는 도착하는 게 보통이다.
그 시각대는 아직 어둡기 때문에 포인트에 도착하고도 랜턴을 꺼지 못한다.
포인트 상황도 살펴야 하고 또 위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어둠 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고함 소리
“랜턴 좀 꺼 주세요!”

이제 막 포인트에 도착하여 잘 보이지도 않는데 불빛을 꺼달라니 말인가 방군가?
특히 대둔산, 월출산 등 암봉 구간이 많은 악산(嶽山)의 경우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랜턴을 끌 수가 없다.

자신이 장노출로 여명 촬영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그러는 거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은 위험에 처해도 된다는 말인가?

촬영하는 사람이 알아서 촬영해야지 그럴 수는 없다.
이번 샷은 포기하고 기다렸다가 불빛이 꺼지면 다시 촬영해야지 함부로 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게 싫으면 혼자 촬영할 포인트로 가야하는 게 맞지.

나 또한 출사 가서 촬영 예의를 지키지 못할 경우가 있다.
모르고 그럴 때도 있고, 방해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실수할 때도 있다.
그러나 알면서 그러는 경우는 없다.

더 이상 출사지에서 꼴사나운 모습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7/22 13:38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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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태우 at 2020/07/24 06:15
저도 선배님과 비슷한 경험을 가야산 칠불봉에서 해 보았습니다.
지저분한 쓰레기 같은 인간들과 말을 안 할려고 합니다.
혼자 독차지 하고 찍은 사진을 하산하여 모니터에서 보면 별 감흥이 오지 않을 듯합니다.
과연 저멀리 산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와 새소리를 렌즈에 옮길 정도의 내공이 쌓인 사람이면
아마도 함께 나누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함께 하는 것 보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가 더 될듯한데,
이 또한 학교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학생들을 잘 가르쳐 주었으면 합니다.
삼척에는 비가 많이 내립니다.
선배님! 설악에 오시면 연락 주실래요?
물회 한 그릇 대접하겠습니다. 꾸벅~

Commented by 백산 at 2020/07/24 17:18
그럴 경우 참말로 난감하죠.
양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리 선점의 텃세를 고집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최고의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사진가라면 누구나 크지만, 그 높은 산 정상에서 그러니 어이없고 깝깝한 일이죠.

'태우'님을 출사지에서 몇 번 만났는데, 그때마다 자리 선점에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멋졌습니다. ^____^**
설악산! 출사 가긴 가야 하는데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가게 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풀잎아 at 2020/07/28 21:57
작품을 창조하는 분들이라 욕심이 많으실까요?
저는 어느 산에서나 정상석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사진 인파를 물리칠 용기가 없거든요.
Commented by 백산 at 2020/07/30 05:48
출사지 현장에서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마주하면 내 안의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걸 가라앉히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ㅠㅠ
그러나 여럿이 함께 할 경우 기본 도리는 지켜야 하겠죠.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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