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독후기23 얼굴, 사람과 역사를 그리다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를 읽고

“초상화는 시대를 기록한 역사의 증거물이다!”
먼저 출판사 리뷰의 일부분을 옮겨보면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디고 현전하는 초상화와 유물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려부터 조선 시대를 거슬러 우리 앞에 당도한 초상화와 유물에는 당대의 경제·정치·사회·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얼굴이 담겨있다.
왕의 얼굴을 기록한 어진부터 황후로 추정되는 사진, 공신과 문인의 영정, 내시, 기생, 파격적인 구도를 선보이는 기인 예술가들의 그림까지.

게다가 조선은 중국의 ‘일호불사 편시타인一毫不似 便時他人’ 즉, ‘터럭 한 올이라도 같지 않다면 다른 사람이다’라는 화풍을 계승했기에 극사실주의를 추구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초상화 속에서 과거 속 그때 그 사람들의 삶을 사실감 넘치게 느낄 수 있다.”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라는 책의 제목에 잘 드러나듯이 과거 인물의 얼굴 모습을 통해 우리 역사를 되짚어본다.
단순한 초상화 해설서가 아니라 수준 높은 역사 교양서이다.
내용이 다채로우며 딱딱하지 않고 재미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저자는
“초상화 한 점은 열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초상화는 텍스트 위주의 우리 역사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이라고 했다.
그만큼 초상화가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초상화는 인물사이자 당시의 시대사이기도 하다.
초상화 주인공의 일화, 업적, 성격, 관련 역사적 사실 등을 두루 알 수 있다.
더불어 초상화의 제작기법 등 미술사적 사실은 물론 인물이 활동하던 그 시대의 복식사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 수 있다.

나는 역사서를 읽을 때면 책 속의 인물의 실제 모습이 궁금할 때가 많았다.
누구나 업적이 훌륭한 역사적 인물이나 자신이 흠모하는 인물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터럭 한 올도 다르게 그리지 않아 오늘날 사진과 다를 바 없는 초상화를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거기다 주인공의 내면까지 끌어내어 표현했다는 점에 더욱 높게 평가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몇몇 분의 초상화는 근대에 들어 화가가 상상하여 그린 작품이다.)

더욱이 이 책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초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초상화에 얼굴의 마마자국(곰보), 사팔뜨기 눈, 애꾸 눈, 안대를 한 모습까지 그대로 그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귀한 분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자신이나 가족들이 감추고 싶을 얼굴의 흉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 작품에 대한 신뢰와 갔다.
그런 면에서 인물의 큰 업적만큼이나 훌륭한 인품까지 엿볼 수 있으니 더욱 좋지 아니한가.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인물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교과서나 일반 역사서에는 나오지 않는 인물 관련 세세한 실화까지 알 수 있어 더욱 흥미 있게 읽었다.

요즘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 셀카 찍는 분들이 많다.
인생사진을 나이대별로 찍어 보존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사진에 입문한 뒤로 남의 사진은 정성을 다해 찍지만 내 사진은 거의 찍지 않는 편이다.
이제부터라도 셀카를 열심히 찍어봐야 할 것 같다. (끝)

<덧붙임>

= 초상화 인물 해설 =

1. 윤두서 자화상 : 국보 제240호

마치 거울을 통해 내면을 투시하는 듯한 형형한 눈에, 강한 신념이 느껴지는 꽉 다문 입술, 불꽃처럼 꿈틀거리는 수염 등 사실적인 묘사가 압권이다.
이 자화상은 우리 회화사에 전무후무한 걸작으로 꼽힌다.
초상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회화를 통틀어서 최고 수준의 작품으로 인정받아 1987년 국보 240호로 지정됐다.
2. 태조 이성계 어진
: 국보 제317호

조선 건국 시조인 태조의 초상화는 총 26점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전주 경기전 어진박물관에 1점만 남아있다.
다른 어진은 모두 홍룡포 차림인데 경기전 어진만 청룡포를 입고 있다.
3. 영조 어진 : 보물 제932호

책에는 사도세자의 아버지인 영조 임금의 초상화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이 없다.
영조의 왕자시절 모습을 담은 연잉군 초상(보물 제1491호 /책 표지 사진 참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4. 철종 어진 : 보물 제1492호

1849년 6월 조선 24대 임금 헌종은 스물세 살 젊은 나이에 후사도 없이 죽음을 맞는다.
왕위계승 지명권은 왕실 최고 어른인 대왕대비 순원왕후가 쥐고 있었다.
안동 김씨 세도가 김조순의 딸인 순원왕후는 안동김씨 권력장악에 방해가 되지 않는 ‘허수아비 왕’을 원했다.
그의 명으로 열아홉 살의 강화도령 이원범이 25대 임금 철종이 되었다.
철종 어진은 어진 중에 유일하게 군복을 입은 조선 임금의 초상화다.

(철종 어진은 한국전쟁 때 다른 어진과 함께 부산국악원으로 옮겼다가 1954년 발생한 대화재로 불에 타 1/3가량이 훼손되었다.) 
5. 채제공 초상
: 보물 제1477-1호

초상화는 극사실주의 화풍을 유행시켰다.
그와 동시에 형상을 그대로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정신을 외면의 형상으로 표현하는데 경향이 두드러졌다.
채제공의 초상화는 마치 한 장이 사진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 초상화에서 채제공의 양 눈은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시(斜視)’인 것이다.
조선의 명재상으로 이름을 날린 고귀한 분의 사팔뜨기 눈동자도 그대로 그렸다는 점에서 놀랐다.
6. 강세황 자화상
: 보물 제590호

강세황은 18세기 대표적 화원 화가인 김홍도와 문인서화가 신위의 스승으로서 ‘예원의 총수’로 추앙받으며 당대 화단에서 막강한 입지를 굳혔다.
한국적인 남종문인화풍을 정착시키고 진경산수화를 발전시키며 풍속화 인물화를 유행시킨 것도 그였다.
7. 이채 초상
: 보물 제1483호

조선 후기 가장 아름다운 걸작 초상화 중 하나로 꼽힌다.
눈, 피부, 수염이 입체감 있게 표현되었으며, 화가의 생생한 묘사 덕분에 시공을 뛰어넘어 그림 속 주인공과 대면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림을 통해 주인공이 맑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며 품위가 높으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지녀 학문에 매진하는 성품임을 느낄 수 있다.
8. 박문수 초상
: 보물 제1189-1호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박문수는 암행어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박문수가 고위 관직에 있으며 펼친 일련의 조치가 백성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는데 후대에 구국영웅을 갈망하던 백성들이 암행어사로 둔갑시킨 것으로 본다.
9. 이시백 초상


이시백은 인조반정의 1등 공신 이귀의 아들로 유명한 고전소설 <박씨부인전>의 주인공이다.
소설과는 다르게 초상화를 보면 이시백은 꽃미남이다.

이귀의 장남 이시백은 아버지를 따라 인조반정에 참여한 공로로 2등공신에 책봉되면서 벼슬길에 올랐다.
80세로 사망하기까지 일곱 번의 판서를 역임했으며 영의정까지 올랐다.
10. 장만 영정
: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42호

장만은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병자호란으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은 선조-광해군-인조에 이르는 시기에 관찰사와 병조판서 등 국방 관련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치면서 탁월한 실무 능력을 보였다.
그는 이괄의 난 때 병든 상태인데도 몸을 돌보지 않은 채 밖에서만 지내다가 왼쪽 눈을 잃었다.
양쪽 눈을 다 그릴 수도 있었고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굳이 한쪽 눈을 가린 채로 그렸다.
11. 신윤복의 미인도
: 보물 제1973호

초상화의 모델은 신윤복이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이다.
이 그림은 가장 오래된 미인도이며 이후 혜원풍의 미인도가 크게 유행한다.
12. 사도세자
<개 그림>

사도세자는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개 그림은 현전하는 유일한 사도세자의 그림이다.
큰 개를 따르는 강아지를 그린 이 그림을 통해 사도세자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심정을 표현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어미 개의 앉은 자세, 새끼 개들의 자유분방한 움직임, 그리고 어미개의 꼬리 부분의 과감한 붓터치 등을 보면  개인적으로 사도세자가 그림에 소질이 뛰어났다고 본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볼수록 가슴 저며오는 이 애잔한 느낌은 뭔가...ㅠㅠ)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7/27 16:44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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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풀잎아 at 2020/07/27 21:40
저는 그림에는 문외한입니다.
사실 그림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는 스스로 놀랄만치 무식한대다 느낌이 닿지 않아 최근 고민이 깊습니다.

언젠가 에니어그램으로 9유형인가 싶다 생각했는데 최근 정밀하게 검사했더니 5유형으로 6번 날개를 쓰는 듯 싶습니다.

그래선지 텍스트는 쉬운 반면 그림 등의 예술품에는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유럽에 가도 유적지나 박물관을 들리지 않는 맥락과 같습니다.

지금 휴가 중이구요.
오늘 강화도령 철종께서 19세까지 사셨다는 용흥궁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떨어지는 낙숫물 보는 즐거움이 컸지요.
월요일인데다 코로나 사태에도 궁은 열었습니다.

서울은 주말과 일요일은 제한 모든 요일에 비가 옵니다.
휴가인데 너무너무 심심해서 강화까지 갔는데 장마에 코로나 여파로 갈 곳이 없기는 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1
백산님의 예술성에 늘 부럽습니다.

...2
저의 스님께서 왜 경전을 읽는 게 참선 보다 유익하다셨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백산 at 2020/07/28 20:53
저도 오래 전 <전문상담교사>자격증 취득 공부를 할 때 '애니어그램'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참신했던 이론이라 생각했고
"사람의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정신이나 신체 상태에 따라 각 성격 유형의 좋은 점이 우세하게 나타나거나 반대로 약점이 우세하게 나타날 뿐이다."는 이론을 믿게 되었죠.
저는 4번유형에 5번 날개로 판정되었는데 당시에 4번은 '보헤미안'형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남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구속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관습이나 권위에 도전하며 자기표현을 위해 필요할 때는 규칙을 무시하기도 한다."
애니어그램 4번 유형의 특징에 맞춰 정리해 본 저의 대표적인 성격 유형입니다. 좀 별나죠?

때맞춰 강화도령이 머물던 용흥궁에 다녀오셨네요. ^____^**
제 예술성이 부럽다뇨... -_-::
예술성이라까지 할 건 없고 남보다 예체능 방면에 조금 나은 소질이 있을 뿐입니다.
대신 다른 분야는 깜깜이라...ㅠㅠ

"경전을 읽는 게 참선보다 유익하다"는 말씀은 알 듯 모를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풀잎아 at 2020/07/28 21:53
어제 마지막 문장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여 수정하렸더니 비번이 틀리다고ㅡ.ㅡ

"경전을 읽는 게 참선보다 유익하다"는 말씀은 제게 국한된 것입니다. 뭐든지 느린 탓에 고생하는 저를 아시는 스님께서 참선 욕심 내지 말고 경전 읽는 게 더 유리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당시에 '참선은 상근기, 경전이나 주력 또는 염불은 하근기'라는 낭설에 기가 죽어있었거든요.

에니어그램에서 4번은 특히나 예술가의 유형인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신중하다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ㅡ.ㅡ
지금은 저를 잘 이해하게 되어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예술가적 기질은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20/07/29 16:57
어느 유형이던 늘 장점의 기질이 드러나게 몸과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지 싶습니다.
9가지 중 어느 유형이 좋다는 건 없지요.
내 성격 유형의 특성을 잘 알고 장점을 살려 생활하는 게 애니어그램의 본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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