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독후기29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고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톺아보게 하는 책.
저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機轉)이 되리라 믿는다”고 고백한다고 했다.
이 책이 탄생한 이유이다.

책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14개의 에피소드가 실렸는데 책 제목처럼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보고 느낀 이야기를 픽션처럼 소개한다.
한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다.

2장에서는 11개의 에피소드가 실렸는데 흉가 치우기, 막힌 변기의 오물을 손으로 퍼내기 등 정말 특별하지 않으면 못 겪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그리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 직업병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책을 알게 된 순간, ‘묻지마 구입’을 해야 할 책이라 여겼다.
고독사에 얽힌 이야기, 죽음의 뒤처리 과정, 죽은 자에 대한 연민 등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책을 구입하자마자 한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여 읽었다.
죽은 이의 비통한 이야기에 울컥하기를 몇 번이었던가.
삶과 죽음의 형상이 얽히고설키며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죽음의 사연이 어찌 그리도 구구절절할까.
그 죽음의 그림자는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홀로 버거운 삶의 짐을 지고 사는 이들에게 독가스처럼 스며든다.

고독사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몫이라고 했다.
저자는 말한다.
“호화주택에 고가의 세간을 남긴 채,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발견된 고독사를 본적이 없다”고.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유령인간은 점점 늘어만 가고 따라서 고독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책 속의 죽음이 나의 죽음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고독사를 보면 궁핍한 사람에게는 가족조차 인연을 끊는 게 요즘의 세상인심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랑하는 가족의 보살핌과 애도 속에 죽지 못한 슬픈 고독사.

갈수록 이혼이나 지병, 경제적 이유 등으로 가족 해체가 가속화 되고 그로 인해 고독사도 늘어난다.
이런 고독사를 오롯이 개인의 문제로만 덮어 둘 수는 없다.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외면당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구제해야 한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 존엄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2020년 올 3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이 책의 내용은 에피소드 하나하나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24가지 에피소드 중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내 마음을 강렬하게 뒤흔들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스스로 목을 매 생을 마감한 아가씨의 죽음의 흔적.
그곳에 남긴 책 다섯 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책 제목만 봐도 자살하기 직전의 그녀의 삶이 어떠했으며 마음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한동안 나의 눈길은 책 제목에 꽂혀있었다.

그녀는 간절하게 누군가로부터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살갑게 위로해 줄 이 대신 다섯 권의 책들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의 온기가 빠진 그 위로만으로는 그녀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는 못했다.

이 첫 번째 에피소드를 읽고는 머리가 빈 것 같은 허탈함, 가슴 먹먹함에 넋 놓고 앉아 있어야 했다.
살고 싶다고 그녀가 애절하게 호소하는 내 마음을 때리는 환청.
“내 마음도 모르면서….”

그녀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그들을 유령인간 취급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로 내 심장의 맥박이 빨라졌고 호흡도 가빠졌다.
가슴이 저리고 쓰렸다.
급기야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말았다.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 만은 고독사 한 죽음은 한층 더 애절하다. 
에피소드 한 장(章)을 읽을 때마다 한 사람의 죽음의 여운이 쉽게 지워지지 않아 선뜻 다음 장(章)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사람의 존엄은 삶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죽음의 모습에도 존재하며 죽음 이후에도 그가 남긴 공간에도 존재한다.
아~, 나의 죽음도 조금은 존엄했으면 좋겠다. (끝)
<덧붙임>

※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내용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1. <에피소드2/분리수거>
자살 직전의 분리수거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이전에 다른 자살자의 집에서 번개탄 껍질을 정리해둔 광경을 본 적은 있지만, 이것은 너무나 본격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착화탄에 불을 붙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고?
그 상황에서 대체 무슨 심정으로?
자기 죽음 앞에서조차 이렇게 초연한 공중도덕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막강한 도덕과 율법이 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마저 이토록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는가. p.25

2. <에피소드2/분리수거>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p.27

3. <에피소드4 / 가난한 자의 죽음>
이 비정한 도시에서는 전기가 끊어지면 삶도 끝나는 것일까?
독촉이 이어지다 마침내 전기가 끊긴 날, 그는 사람 키보다 높은 냉장고 앞에서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자동차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주차된 지역, 주거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이 동네에도 경제적인 결핍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가난은 차별도 경계도 없다.
모든 생명체에 들이닥치는 죽음처럼, 이 죽음을 순수한 자살로 받아들여야 할까?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자신이겠지만,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은 아닐까?
체납요금을 회수하기 위해 마침내 전기를 끊는 방법, 정녕 국가는 유지와 번영을 위해 그런 시스템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가? p.46

4. <에피소드4 / 가난한 자의 죽음>
생사를 놓고 고민할 만큼 인간을 궁지로 몰아붙인 지대하고 심각한 문제들, 죽은 이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 머문 곳까지 찾아와 암울하고 축축한 얼룩으로 물들인 가난이나 외로움 따위는 죽음의 문을 넘는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고,
그 아무리 중차대한 것조차 하찮게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이 돼버린다면 참 기쁠 것 같다.
가난한 자들의 낡고 해묵은 살림을 치우다가 한순간 생각을 돌려서, 이제는 죽어서 홀가분해지고 비로소 걱정이 사라져 순순해졌을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저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흥, 내 가난 따위야 잠시 머물다 가는 구름 같은 것일 테지' 하며 걸음이 가벼워진다.
어떤 날은 예기치 않게 바람이 불어와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쑥"하고 뜻밖에 민낯을 내밀 때도 있다고 반쯤 믿고 싶다. p.47

5. <에피소드10 / 이불 속의 세계>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풀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이 지하 방에 관해 알게 된 유일한 진실이다. p.101

6. <에피소드13 / 사랑하는 영민 씨에게>
이곳을 치우며 우연히 알게 된 당신의 이름과 출신 학교, 직장, 생년월일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것은 당신에 대한 어떤 진실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집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 상자 안에 남겨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또 당신이 머물던 집에 찾아와 굳이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병에 걸려 고통 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은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지워질 테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의 유산만은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고, 또 다른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의 당신에게 끝없이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이 사실 하나만은 당신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모자라고 부끄러운 글월을 부칩니다.
당신이 머문 곳을 치운, 이름 없는 청소부 올림. p.128~129

7. <에피소드14 / 특별한 직업>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삶, 죽는 자가 늘어날수록 활기를 띠는 비즈니스, 그 직업적인 아이러니를 떼어놓고는 이 일을 설명할 수 없다.
죄책감이 내가 발을 디디고 선 땅이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죄책감 위에 새겨진 기나긴 발자국이 저 멀리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다.
움푹 들어간 자국이 깊고 선명하다.
금파리가 공중에서 윙윙거리고, 살 오른 구더기가 모퉁이마다 꾸물거리고, 송장벌레와 진드기가 기어다는 곳에서
'특별함'이라는 왜소하고 부질없는 조각들을 찾아서 줍느니, 태풍이라도 소환해서 남겨진 발자국을 지우고 싶다.
누구도 묻지 않는 죄를 스스로 지우도록, 나는 매일 밤 꿈속에서나마 용서의 순례 길을 나서야 한다. p.137

8. <에피소드17 / 흉가의 탄생>
외따로 떨어진 시골, 산비탈 아래 후미지고 으슥한 집,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아서 낡고 바스러진 집,
누군가는 성묫길에 오르다 무섭다고 진저리치며 멀찌감치 돌아갈지도 모를 흉가 같은 집,
하지만 그 집은 우리와 단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심장 뜨거운 인간이 터전으로 삼던 곳이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한 걸음만 더 안으로 다가선다면 벽에 걸린 액자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부모를 에워싸고 환하게 웃는 형제자매의 가족사진과 빛바랜 상장들, 학사모를 쓴 딸의 앳된 얼굴, 도포 자락에 갓을 쓴 선대 어른의 근엄한 흑백사진,
첫 면회에서 어색하게 거수경례하는 군인 아들의 상기된 표정, 모처럼 떠난 여행지 바닷가에서 노부부가 팔짱을 낀 채 어색하게 웃는 사진,
고단한 삶을 지탱하며 품었던 희망과 좌절, 자식을 도시로 떠나보낸 뒤 숱한 세월을 홀로 보내며 묵힌 오래된 그리움,
이 터전에서 한세월을 견디며 누렸을 작고 소박한 기쁨과 행복 같은, 그 집에 머물던 사람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나면 오해는 시나브로 사라진다.
하물며 머리를 풀고 나타난 처녀 귀신도 안타깝고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으면 새로 부임한 원님이라도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도시의 외로움과 시골의 고독은 거리만 떨어져 있을 뿐 속내는 하등 다를 바 없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외롭다면 또 다른 누군가도 어딘가에서 홀로 외로울 것이다. p.164

9. <에피소드19 / 가격>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에 수습할 일까지 염려한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까지 밀어붙인 것만으로도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나처럼 온갖 일을 겪으며 매상에 동요가 없어진 무감한 자보다는 좀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과 대화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건 전화였다면 말이다.
죽은 자의 집을 치우는 견적을 정확히 내겠다며 내가 건넨 질문 하나하나가 아직 살아 있던 그의 가슴 곳곳을 예리하게 찔러대는 송곳이 되지 않았는지,
건넨 단어 하나하나가 자기의 죽음을 실감케 하는 비정하고 뼈저린 암시가 되지는 않았는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개 들 염치도 없다.
신이 계신다면, 그 남자가 생전에 의지하고 믿었던 신이 어딘가에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그 품으로 불러 단 한 번만 따스하게 안아주실 수는 없는지,
욕실에 벌거벗고 선 채 울고 싶어도 눈물 한 방울 내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죄 없는 샤워기만 하릴없이 뜨거운 물을 쏟아내고 있다. p.197~198

10. <에피소드23 / 호모 파베르>
지성을 가진 도구의 인간, 그 지성으로 자살 도구를 고른다.
참으로 가혹한 아이러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아이러니는 인간의 생사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등을 맞댔을 뿐, 사람의 생명과 죽음은 결국 한 몸통이고 그중 하나를 떼놓고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다. p.237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8/28 12:15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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