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영농일지14 태풍이 지나간 논 둘러보기
2020년 9월 3일(목) 태풍이 지나간 뒤 우리 논 둘러보러 갔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태풍 '마이삭'이 우리 동네로 온단다.
구름 사진 속 태풍 진행방향을 확인하니 중심권이 거제, 창원. 부산 방향이다.
중심권 초속이 45m, 태풍 강도는 “매우 강함”이다.
이 정도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저녁 시간에 긴장모드로 기상청 홈을 수시로 접속한다.
접속이 많은지 가끔 접속이 안 될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마이삭’은 약해지지도 않고 방향도 예보대로 진행하고 있다.
‘칫, 조금 약해지거나 오른쪽으로 틀지...’

수시로 창밖을 내다보니 비는 그리 많지 않은데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불안해하며 10시 쯤 마지막으로 창밖 상황을 확인하니 아직은 더 강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잠자리에 들었는데 12시 조금 넘어 깼다.
창문을 열고 확인하니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데 아파트 단지 나무가 미친 듯이 흔들리지만 부러지지는 않는다.
아직은 바람이 예보 수준 만큼 거센 건 아닌가 보다.

다시 누워 뒹굴다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2시 조금 넘었다.
비바람은 여전하다.
다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4시에 일어났다.
밤새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벼들은 탈이 없을까?
거센 비바람 몰아치는 허허들판에 홀로 내버려둔 어린아이 같아 마음이 불안초조하다.
제발, 제발 많이 쓰러지지는 않아야 할텐데 우짜노...
내가 가서 모두 다 보듬고 있을 수도 없고.
 
더 이상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태풍 상황을 체크하니 부산을 지나 동해로 진행하고 있다.
비바람이 조금 잦아든 것 같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5시쯤 밖을 내다보니 짙은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얼핏 보이다 사라진다.
일기예보도, 내가 본 하늘도 차츰 구름이 걷히는 날씨라 주남지 일출 출사 갈 채비를 했다.
태풍 직후의 하늘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서다.
어차피 날이 새면 논 둘러보러 가야 하는데 30분 쯤 일찍 나서면 되니 문제없다.

5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간간이 제법 거센 바람이 분다.
주남지 가는 길에 몇 군데 나뭇가지가 부러져 도로에 널브러져 있다.
굵은 가지가 아니라서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다. 

주남지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훤히 밝았는데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흩어져 스러지고 있다.
그러나 동쪽 하늘이 짙은 구름에 막혀 기대한 만큼의 일출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삼각대 거두고 부리나케 논으로 달려갔다.
본포마을회관에 주차하고 논으로 걸어가는데 앞쪽에 있는 할아버지 논에 벼가 군데군데 쓰러져 있다.
그걸 보니 마음이 불안해진다.
우리 논은 어떨까?

불안한 마음으로 다가가는데 맨 먼저 보이는 물이 빠지는 배수로 쪽 앞부분의 벼들이 쓰러져 있다.
놀란 가슴 안고 뛰어가 보니 다행히 넓지는 않고 완전히 쓰러지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묶어세울 정도는 아니라 안도한다.

논을 한 바퀴 다 둘러보니 군데군데 조금씩 쓰러졌지만 피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 여긴다.
‘야들아~ 잘 버텨줘서 고맙데이.’

논 상태 사진 찍고 있는데 구름 사이로 햇빛이 쨍하게 비친다.
눈부신 햇빛만큼이나 내 마음도 밝아진다.

그런데 며칠 뒤 강력한 또 한 넘이 우리 쪽으로 다가온단다.ㅠㅠ

<주남지 일출>
<우리 논의 벼 상태> 광각렌즈로 찍어 사진으로 보면 피해가 큰 것 같아보이나 실제론 크지 않다
<주변의 다른 논들의 벼는 우리 논 보다는 조금 더 쓰러졌다>
<태풍이 지난 간 뒤 찍은 우리 논>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피해 상태가 그리 넓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 군데군데 움푹 들어간 곳 / 클릭!
<논 둘러보고 집에 돌아오니 '태풍이 언제 지나갔냐'는 듯이 쾌청한 날씨에 바람도 잔잔하다>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9/03 11:59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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