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독후기30 어린왕자
「어린 왕자」를 읽고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 이야기를 통해 “이상한 어른”들의 세계를 비춘다.
다른 별에서 온 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여행하며 모순된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을 만나는데, 이는 현대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린 왕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의 눈'으로 봐야 제대로 보인다는 그림> 무엇으로 보이나요?
내 어린 시절에 집에는 동화책이 한 권도 없어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나 서양 동화를 듣는 게 전부였다고 기억한다.
당연히 어린왕자도 읽지 못했다.

성인이 된 뒤 청년-중년-장년의 시차를 두고 이번을 포함해 네 차례나 읽었지만 여전히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작가는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레옹 베르트’에게 바친 헌사에서
“어른들은 모든 것을 이해한다. 어린이들을 위해 쓴 책조차도.”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어른은 못되는 가 보다.
나 뿐만아니라 속세에 오염된, 물질적 욕망의 늪에 빠진 보통의 어른들은 이 아름다운 동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위안 삼아본다.

전문가들의 추천서나 독자들의 서평에서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 운운”하며 현란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찬양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순수는커녕 메마르다 못해 미라가 되어가는 나의 둔한 감성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시 읽는다 해도 이 아름다운 동화를 읽고 감동을 받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더 고지식하고, 고정관념은 더욱 굳어져 가 변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고리타분한 늙은이가 될 거니까.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라고, 다시 동심을 되찾으라고.
그런 동심을 되찾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틀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보인다'고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조차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은데 어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나의 이런 상황을 불러 온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나의 성향 탓인 것 같아 보인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거나 논리적 잣대로만 보려는 나의 사고방식 탓이라 여긴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제대로 된 독서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학창시절 맹목적 주입식 교육도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수업시간에 시나 소설을 공부할 때도 학생 개개인의 주관적 감상평은 도외시 되었다.
선생님이 제시한 해설을 받아 적고 시험 잘 치루기 위해 달달 외우는 공부만 하였으니까.

학생들마다 감상이 다를 진데도 우리는 정답으로 포장된 비평가나 선생님의 해설을 암기만 잘하면 잘 이해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 시절엔 시나 소설 한편을 두고 전국의 학생들이 똑같은 감상평을 공유한 것이다. 
시, 소설을 읽고 자신만의 감상을 제대로 생각해 볼 기회도, 평가 받을 기회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러니 어린왕자를 읽고도 온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명망 높은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내가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나에게 어린왕자는 ‘이상한 별’에서 온 ‘이상한 꼬마’일 뿐이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면벽수행이라도 해서 심안(心眼)의 시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단 말인가?
나에겐 우리 학창시절 선생님이 시험 대비용으로 정리해 준 것과 같은 '어린왕자 해설서'가 필요하다. ㅠㅠ

끝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려본다.
‘그 순수하다는 동심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순수한 동심으로 본 어린왕자 이야기는 어떤 느낌일까?’ (끝)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의 눈'으로 보면 이렇게 보인답니다> 코끼리를 통채로 삼켜 소화 중인 보아뱀
<순수하지 못한 나의 눈으로 본 그림평>
딱 보면 모르나 모자네! 모자!

오잉?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보아뱀이 코끼리를 어떻게 삼켜?
뱀의 뱃속에 있는 코끼리가 눈 부릅 뜨고 다리를 버티고 서 있어?
말도 안돼!
ㅠㅠ...

<덧붙임>
1.
“이 책의 표지는 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으로 0629라는 숫자가 두드러진다.
작가는 1900년 6월 29일생이다
2020년은 그가 탄생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여 문예출판사는 『어린 왕자: 0629 에디션』을 특별히 선보인다.”  
2.
책을 두 번 읽었다.
두 번째는 이번 <문예출판사 판>과 2012년 발간된 8년 전에 읽은 <더클래식 판> 두 권을 내용을 비교해 가며 동시에 읽었다.
<문예출판사 판>은 역자 '전성자'님이 "손주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처럼 정성을 다하고 싶었다."는 취지에서 번역하여
대화체 중 (화자와 어른을 대할 때)어린왕자의 말이 평어체인데 반해 <더클래식 판>은 경어체로 쓰였다.

번역은 거의 같았는데 나는 늙은이라 그런지 <더클래식 판>이 읽기에 편했고 독해도 더 빠른 것 같았다.
<더클래식 판>이 또 하나 좋은 점은 영문판 한 권이 더 들어있다는 점이다.
3.
어린 왕자 책의 삽화는 작가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2016년 5월)프랑스 소설가 ‘앙트완 드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어린왕자'의 수채화 삽화 한 점이 파리에서 열린 경매에서 익명의 유럽 수집가에 13만3200유로(약 1억 763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나온 수채화는 사막의 바람에 휘날리는 스카프를 두른 어린왕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문예풀판사 판 112쪽 삽화)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9/05 11:40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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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풀잎아 at 2020/09/07 19:40
어린 왕자'는 작고하신 법정스님의 수필에 자주 등장하여 스님을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책입니다.

스님은 불교의 시각에서 특히 공도리, 유식차원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쓰셨는데요.

공은 금강경 또는 반야심경으로 대변하고 유식은 일체유심조로 설명하는 화엄경이 대표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도 스님의 수필은 종교색을 걷어낸 글이 유난히 많습니다.

+
오랫만에 '어린 왕자'를 대하여 기쁜 마음으로 몇 자 적습니다.
태풍에 안전하신지 안부도 놓고 갑니다.
늘 여여하신 모습,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20/09/07 20:53
어린왕자를 "공도리"와 "유식사상"을 이해하고 읽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요?
어린왕자 보다 공도리와 유식사상 공부하다 날 샐 것 같은....ㅠㅠ

마이삭, 하이선 두 태풍이 연이어 우리 고장을 휩쓸고 갔지만 우리 논의 벼는 적은 피해만 입었습니다.
오늘 태풍이 지나가마자 논에 가보니 지난번 마이삭 때 쓰러진 만큼 더 쓰러졌더군요.
이 정도면 큰 피해는 아니라 안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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