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영농일지15 쓰러진 벼 묶어 세우기
2020년 9월 7일(월) 태풍이 지나간 뒤 논 둘러보기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태풍 하이선이 지나갔다.

닷새 전 9호 태풍 마이삭이 자나가며 우리 논의 벼를 한차례 때리고 지나갔다.
큰 데미지는 입지 않았지만 일부 벼가 쓰러졌다.
다행히 완전히 쓰러진 벼는 없었다.

엊그제부터 10호 태풍 하이선이 창원, 부산 쪽으로 진행할거라 예보해서 신경이 곤두섰다.  
어제 오후부터 내내 기상청 접속하여 하이선 진로와 세기를 확인하였다.

지난 밤새 비바람이 불었으나 그리 세지는 않았다.
오전 9시 무렵 하이선이 부산 근방을 지날 때 가장 강한 비바람이 불더니만 점심 답에 조금 수그러졌다.

점심 먹고 오후 1시 넘어 손자, 손녀 데리고 논에 달려갔다.
지한, 지율이는 어제 저녁에 우리 집에 왔다.
월요일에 아들 부부는 출근해야 했기에 아내가 손주들 돌보러 가야 하는데 월요일 오전에 태풍이 온다고 해서 어제 저녁에 제 아비가 데리다 주고 갔다.

본포마을에 가기 전에 우리 논이 바로 아래로 보이는 본포다리 부근에 주차하고 다리로 달려갔다.
우리 논을 내려다보니 다행히, 천만다행으로 쓰러진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

마을회관에 주차하고 논으로 가서 확인하니 지나 마이삭 때 쓰러진 벼들이 조금 더 쓰러졌을 뿐 완전히 쓰러진 벼들은 아주 적다.
잘 버텨준 벼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얼싸안고 등이라도 토닥거려 주고 싶은 마음이다.

논 상태 사진 찍고 적이 안심한 채로 돌아왔다.

<하이선이 지나간 뒤 우리 논의 쓰러진 벼>
<지한이와 지율이도 논에 따라 왔다> 둘이 뭐가 그리 좋은지 ^____^**

<낙동강을 보니 주차장까지 물에 잠겼던 지난 태풍 마이삭 때보다 비는 적게 왔다>
2020년 9월 8일(월) 쓰러진 벼 묶어세우기
아내는 손주들 돌보러 아들네에 가야 한다.
나 혼자 집을 나섰다.
6시 조금 넘어 본포마을 회관에 주차했다.

물장화 신고 채비하여 논으로 갔다.
쓰러진 벼 묶을 줄을 잘라 준비하고 일을 시작하려는데 일출이 시작된다.
일출 장면 몇 컷 찍고 시작했다.

제일 심하게 쓰러진 배수로 쪽부터 시작했다.
4포기나 5포기씩 묶었다.
벼 낱알이 논바닥에 쓰러져 물에 잠긴 벼들을 먼저 일으켜 세워 묶었다.
완전히 쓰러진 벼들은 많지 않았는데 시간은 제법 걸렸다.

쓰러진 벼를 세우고 보니 반쯤 쓰러진 벼들이 눈에 거슬린다.
세우기 전에는 안 세워도 되겠다고 느꼈는데 막상 다 쓰러진 벼를 묶어세우고 나니 주변에 있는 반쯤 쓰러진 벼들과 차이가 확 나니 그냥 두기가 찜찜하다.
그 녀석들도 “아부지, 나는 요!” 하고 항변 하는 것 같아 반쯤 쓰러진 벼들도 묶었다.

그런 식으로 묶다보니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일부는 손으로만 일으켜 세워주고 묶지는 않았다.
 
논 옆을 지나가던 마을 어른들이 그 정도면 묶어세우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지만 ‘노느니 염불한다’고, 그냥 운동 삼아 한다고 대답했다.
내가 봐도 묶어세우지 않아도 수확에 크게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쓰러져 있는데 어떻게 그냥 둬!”
비록 얼치기 농부지만 쓰러진 벼를 그대로 방치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논 가운데는 완전히 쓰러진 벼들이 없어 들어가지 않았다.
논두렁을 따라 돌며 쓰러진 벼들을 착착 일으켜 세워 묶었다.
조금 쓰러진 벼들은 손으로 일으키기만 해줘도 바로 서 있었다.

그렇게 쓰러진 곳마다 되풀이 하여 반복 작업을 했다.
그런 식으로 벼 묶으며 논두렁을 한 바퀴 도니 마침내 끝이 났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 시간 반 정도 하면 될 거라 예상했는데 훌쩍 넘겼다.
06시 10분에 논에 도착하여 채비한 뒤 일출 찍고 시작하여 10시 30분에 마쳤으니 4시간 20분 걸렸다.
그러나 실제 벼 묶는데 걸린 4시간 조금 못한 것 같다.

카메라 들고 논 한 바퀴 돌며 사진 찍는데 어찌나 가슴 뿌듯하던지.

10월 중순, 추수하기까지 대략 40일 정도 남았다.
이제 더 이상 태풍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논의 일출>
<벼 묶어 세우기 작업을 끝내고>
<본포다리 위에서 본 우리 논> 지난 마이삭 때와 비교해도 피해는 크지 않다 / 군데군데 움푹 들어간 곳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9/08 20:47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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