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독후기31 고리오 영감
「고리오 영감」을 읽고
제면업으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 고리오 영감은 사랑하는 아내가 일찍 죽으며 남긴 어린 두 딸 아나스타지와 델핀을 애지중지 키운, 요즘 말로 '딸 바보' 아버지다.

두 딸의 행복을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아 두 귀족에게 시집보낸다.
큰딸은 백작에게, 작은딸은 금융가인 남작에게 시집보낸다.
고리오 영감은 비록 거금의 지참금이 들긴 했지만 두 딸을 상류사회에 진출시키기는 데 성공했다며 뿌듯해 한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재산 대부분을 두 딸에게 물려 준 고리오 영감은 자기 앞으로 작은 연금 하나만 남겨놓은 채 보케르 부인이 운영하는 허름한 하숙집에 세 들어 살게 된다.
그곳에서 법대생 라스티냐크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고리오영감이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는 핵심인물은 으젠 라스티냐크이다.

라스티냐크는 몰락한 귀족의 후예로 시골에서 파리로 상경하여 법학을 공부하여 가문을 일으키려는 순수한 청년이다.
그는 보케르 하숙집에 기거하면서 그 하숙집에 있던 다양한 사람들과 생활을 하게 된다.
라스티냐크는 4촌 누이인 보세앙 부인의 도움으로 사교계에 입문을 하게 되고, 사교계를 통하여 성공하려는 야망을 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뉘싱겐 남작 부인인 델핀을 유혹하게 되고 델핀이 같은 하숙집에서 묶고 있던 고리오 영감의 딸임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두 딸과 고리오의 영감의 통신원 역할을 한다.
고리오 영감은 ‘으젠’을 통해 두 딸 소식을 듣는 걸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긴다.
딸들이 행복하면 자신도 행복하고 딸이 불행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불행을 느낀다.

귀족과 결혼한 두 딸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함과 사치와 향락에 빠져 많은 돈이 필요했다.
두 딸은 번갈아가며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한다.
가진 재산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자신을 위해 남긴 최소한의 금품 중 일부를 팔거나 저당 잡혀 보내준다.
감당하지 못할 돈을 요구하여 보내주지 못할 때는 무기력한 자신을 한탄하며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들로부터 아버지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도 딸들은 애타게 기다리는 영감을 찾아가지 않는다.
그래도 결코 딸을 원망하는 법이 없다.

딸에 대한 아비의 사랑이 이렇게 지고지순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 순간 고리오 영감이 의식이 없는 빈사 상태일 때 달려온 큰 딸은 울부짖는다.
그러나 그녀의 울음은 아버지의 죽음보다는 애인과 백작에게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울음이었으리라 짐작되어 쓴웃음이 난다.
 
고리오 영감이 곁을 끝까지 지킨 사람은 바로 라스티냐크였다.
비록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끝까지 고리오 영감에 대한 도리를 지키며 그의 임종을 지켜본다.
그리고 빚을 내어서까지 장례까지 치른다.

고리오 영감의 장례를 치루고 나서 비장하게 내뱉는 으젠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제부터 파리와 나의 대결이야!”
그리고 나서 연인이자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인 델핀의 저택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당시 파리 상류층 사교계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허영과 사치에 찌들고 허세와 불륜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그래서 인간의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여주는 무대다.
욕망과 명예, 불륜으로 혼재한 프랑스 귀족사회. 우리로서는 너무나 낯선 모습이라 뜨악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한다.

고리오 영감의 잘못된 딸 사랑법.
두 딸의 부귀영화를 위해 모든 재산을 다 내어주고 자신은 궁핍하게 살며 지극정성을 다해 사랑했다.
하지만 정작 두 딸은 아버지의 존재를 부끄럽게 여겨 홀대했다.
결국 두 딸은 아버지의 돈만 사랑한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 헌신해야 할까?

나는 처음엔 자식들 뒷바라지는 대학 졸업 후 취직할 때까지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 부닥치고 보니 시집장가 보낼 때까지로 물러섰다.

그러나 아내는 생각이 달랐다.
지금도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퍼주고 싶어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서 고리오 영감이 오버랩 되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난다.

부모가 무조건적인 자식사랑의 늪에 빠지면 어떤 경우라도 헤쳐 나오기 어려운 법인가보다. (끝)
- 뱀발 -
세계문학전집 중의 한 권이라 학창시절에 읽어야 했지만 읽지 못했다.
주인공 고리오 영감의 나이가 되어 늘그막에 읽어보니 좋은 점이 있기는 하다.
딸 바보 고리오 영감의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더욱 진하고 깊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덧붙임> 소설에서 고리오 영감의 두 딸에 대한 감정이 잘 나타난 부분

1.
우리 마음은 보물 같아서 단번에 보물을 쏟아버리면 우리는 끝장나지요.
돈 한 푼 없는 사람보다도 자기감정을 전부 드러내 보인 사람을 우리는 더 용납하지 않지요.
이 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주어버렸어요.
그는 이십 년 동안 그의 오장육부와 그의 사랑을 모두 바쳤고 모든 재산을 하루아침에 바쳐버렸어요.
딸들이 레몬을 꽉 짠 다음에 레몬 껍질을 길모퉁이에 던져버린 것이나 같아요. p.107~108

2.
내 인생, 바로 내 인생은 두 딸에게 달려 있소.
그 애들이 행복하다면, 내 새끼들이 우아하게 옷을 입는다면, 그 애들이 융단 위를 걸어 다니기만 한다면, 내가 무슨 옷을 입건 내가 누운 곳이 어디이건 무슨 상관이 있겠소?
그 애들이 따뜻하면 나는 춥지 않소.
그 애들이 웃으면 나는 결코 슬프지 않소.
그 애들이 슬퍼할 때만 나는 슬퍼다오. p.181

3. 
그애가 괴로워하는 동안에 이곳에서 바보같이 한가하게 식사를 했었다니. 내가!
두 딸이 눈물을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성부와 성자와 성신까지도 팔아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p.207

4.
고리오 영감이 외쳤다.
감히 말하겠는데, 네가 고통 받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만큼 나는 고통 받아도 좋단다. p.297

5.
아버지 노릇도 못하다니!
정말이야, 딸자식은 나를 필요로 하는데, 나는 돈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비참하게도 땡전 한 푼 없군.
아! 너는 종신 연금을 팔아먹은 늙은 악당이야.
너에게는 딸들이 있는데!
정말 너는 딸들을 사랑하지 않느냐?
죽어라. 개처럼 뒈져버려!
그래 나는 개만도 못한 놈이구나. p.330

6.
나는 식기와 버클을 육백 프랑에 팔았어.
종신 연금증서를 곱세크 영감에게 일 년 기한으로 저당 잡히고 일시불로 사백 프랑을 빌렸지.
그래도 빵은 먹을 수 있겠지!
젊었을 때도 빵만 먹고 너끈하게 지냈으니까.
이번에도 문제없네.
내 딸 나지가 하룻저녁을 멋지게 보낼 수만 있다면 말일세. p.345

7.
아버지에게 지옥은 자식들이 없다는 것이지.
그 애들이 시집갔을 때 나는 이미 지옥으로 가는 견습 훈련을 시작했지. p.365

8.
아! 내가 만일 부자였고, 재산을 거머쥐고 있었고, 그것을 자식에게 주지 않았다면, 딸년들은 여기와 있을 테지.
그 애들은 키스로 내 뺨을 핥을 거야. p.368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0/09/12 19:30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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