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영농일지2 쓰레질
2021년 6월 2일(수) 논에 을 했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어제 저녁 감자사장님과 통화할 때 오늘 아침 05시 30분쯤 논에 도착하여 쓰레질 할 거라고 했다. 
너무 이른 시간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농번기라 일이 밀려 일찍 시작한다고 했다.

아내는 손주들 돌보러 가는 날이라 나 혼자 논에 갔다.
약속 시간 5분 전에 도착했다.
옆 논에서는 모내기를 하고 있다.

일출 무렵이라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동쪽 하늘이 막혀 해를 볼 수가 없는 날씨다.
한참을 기다려도 트랙터는 오지 않는다. 
별시리 찍을만한 풍경은 없지만 시간 죽이기 위해 카메라 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몇 컷 담아본다.

6시 30분, 약속 시간이 1시간이나 지났다.
이제 이런 약속 어김에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자농 8년째인 나도 농부로서 산전수전 다 겪지는 않아도 알만큼 안다.
그분들과의 약속은 말 뿐인 약속임을 당할 만큼 당한 경험으로 알기에 그렇다.
한두 번 따져도 봤지만 그들은 농사라는 게 일하다 보면 시간을 딱딱 맞추기 어렵다고 하며 문제될 게 없다는 투로 나온다.
내가 화를 내며 따지면 이상한 놈이 될 분위기다.

좀 더 기다려 봐도 감감무소식이라 내가 오후 5시 30분으로 잘못 들었나싶어 감자사장님께 전화하니 알아본다고 한다.
쓰레질 하러 오실 분이 아침 식사 중이라 좀 늦겠다고 했단다.
"오잉? 이기 머슨 일이고!"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춰 오느라고 물 한 잔 마시고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밥 묵고 있다고!

'그래, 밥을 묵어야 일을 하지.'
'늦는 이유라도 알았으니 다행아닌가.'라는 편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옆 논은 모내기 끝내고 이앙기가 떠난 지 오래다.
본포다리 밑 그늘에 앉아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트랙터가 논으로 들어온다.
황급히 일어나 트랙터 사장님께 인사하니 일언반구도 없이 쓰레질을 시작한다.

시각을 확인하니 8시가 다 되었다.
애초 약속 시간보다 2시간 30분이나 늦게 왔다.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리라만치 덤덤했다.
아! 해탈의 길이 멀지 않았구나.
'그래, 쓰레질이나 잘해 주쇼.'

쓰레질 할 때는 내가 도울 일은 딱히 없다. 
중간에 논에 물이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물길을 열어주었을 뿐이다.

나는 트랙터 움직임에 맞춰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댔다.
쓰레질 시작한 지 50분 만에 끝났다.
대충 보면 쓰레질은 고르게 한 것 같은데 물에 잠겨 확인하기는 어렵다.
흙탕물이 가라앉아야 알 수 있다. 

준비해 온 물과 커피, 빵이 들어있는 봉지를 건네며 "수고 많이 하셨다"고 인사했다.
봉지 받아든 사장님은 목례만 하고 트랙터를 몰고 떠났다.

이제 내 할일만 남았다.
터논 물길을 막고 제초유제 5병을 알맞은 간격으로 놓아두었다.

우리 논에는 다른 풀은 거의 없고 피가 많은 편이다.
해마다 피를 제대로 잡지 못해 피사리 한다고 힘들었다.
오늘 흩는 제초유제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쓰레질 할 때 떠오른 흙의 고운 입자들이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뿌려야 한다.
눈대중으로 구역을 나누어 180도 반원을 그리며 유제가 흩어져 떨어지도록 휘익 뿌린다. 
서너 걸음마다 고루 뿌리려고 애썼다.

40분 만에 제초유제 다 뿌리고 쓰레질 한 뒤 고르지 못한 곳을 삽괭이로 고르기 시작했다.
논의 높은 곳을 그대로 두면 모내기 한 뒤에 신경이 많이 쓰이기에 힘들어도 지금 고르게 펴 주어야 한다.

일 다 마치고 뒷설거지 하고 대충 씻고 나니 10시 20분이다. 
1시간 20분쯤 일했다.

이제 논은 6월 7일(월) 모내기 할 때까지 그대로 두면 된다.

<이른 아침 논 주변 풍경>
1. 우리 논에서 본 일출
2. 본포마을회관의 풍경 - 마을버스 두 대가 서 있다가 첫 컷 찍고 나니 한 대가 간다 
3. 논 옆 개망초 잎에서 무당벌레 두 마리가 사랑놀음을 하고 있다
<쓰레질> 아래 쪽에 달린 기구로 논을 고르게 펴고 나면 위에 달린 파란색의 쓰레를 내려 쓰레질을 한다
<제초유제>
<점심은 비빔국수로> 논 일 마치고 돌아와 샤워하고 나서 밀면이 먹고 싶어 외출하려다 생각하니 비빔국수 해먹으면 되겠다 싶어 조리를 했다. 
1. 네 가지 고명 중 오이는 생채로 썰어 놓고 양파, 당근, 표고버섯은 볶아 두었다.
2. 양푼에 삶은 국수를 담고 위에 양념장을 올리고 준비해 둔 고명과 상추를 뜯어 올렸다.
3. 잘 버무려 접시에 담았다. 보통 땐 양푼이 채로 먹는데 오늘은 사진 찍으려고 접시에 옮겨 담았다. ^____^**
<우리 논 위에 핀 해무리>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1/06/03 17:47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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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풀잎아 at 2021/06/04 00:03
책 스캔 작업 중에 다녀 갑니다.
저녁을 도넛츠로 때워서인지 맨 아래 비빔국수에 눈독이 ^^

올해도 풍년 드세요.

Commented by 백산 at 2021/06/04 14:41
늦은 시간까지 스캔작업 하시면서 도넛으로 저녁식사를 때우시다니 안타깝습니다.
비빔국수 택배로 보낼 수 있다면....

자농 이후 농사 잘 지었는데 지난해 병충해가 심해 수확량이 많이 즐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애쓰지만 자연이 하는 일까지는 어쩔 수 없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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