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나의 독후기19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상,중,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읽고
이 책은 상·중·하 3권으로 1,400에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만으로도 선뜻 읽기가 부담스럽다. 
거기다 러시아 소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의 특징이랄 수 있는 등장인물 수가 많고 관계가 복잡하며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본성의 탐색 등이 가독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식 주인공 이름이 주는 낯섦도 적지 않은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서슴없이 집어 든 것은 이미 작가의 장편소설 <죄와 벌>, <악령>을 읽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스갯말로 ‘벽돌책’이라 불리는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소설에 밑바탕에 깔린 저자의 사상이나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소설의 분량(책의 두께)에 짓눌려 읽기를 망설이거나 읽다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여튼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끝까지 집중하여 읽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고무되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책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까라마조프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까라마조프 가족구성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아버지 표도르와 첫째 부인의 아들 장남 드미뜨리, 둘째 부인의 두 아들인 이반과 알료샤, 그리고 미치광이 여인의 아들인 사생아 스메르쟈코프이다.

가족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버지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는 지독한 이기주의자에 욕망과 색욕의 화신이며 장남 드미뜨리와 같은 여인을 두고 격렬하게 다투는 연적(戀敵)이기도 하다.
장남 <드미뜨리>는 군사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정직하고 순수한 면이 있으나 낭비벽이 심하고 다혈질인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차남 <이반>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차갑고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이나 형제애는 깊다. 
막내 <알료샤>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서 지내며 온화화고 자상한 성품으로 해결사 노릇을 하려고 애쓴다. 
요리사 <스메르쟈꼬프>는 가장 <표도르>의 (혼외)자식이지만 하인으로 홀대받고 자라 음흉하고 복수심에 불타 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살한다. 

소설의 개략적인 줄거리만 살펴보자.
이야기는 자식들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로 인해 삼형제는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다가 유산 상속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아버지 표도르와 장남 드미뜨리가 상속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와중에 아버지 표도르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재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버지를 살해한 진범 스메르자꼬프의 자살로 사건의 진실은 묻히고 만다. 
알려진 정황과 밝혀진 모든 증거는 드미뜨리를 친부 살해의 진범으로 몰고 간다. 
변호사의 감동적인 변론도 소용없이 드미뜨리가 살인범으로 몰려 20년 유배형을 받는다. 
<에필로그>에서 드미뜨리가 유형을 떠나기 전 이반, 알료샤 형제와 드미뜨리의 연인들인 까쩨리나, 드루셴까 두 여인이 그의 탈출을 음모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소설의 중심 모티브는 ‘친부살해’라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다. 
따라서 소설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음울한 분위기이며 잔혹한 장면은 스릴러 소설을 방불케 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단순하게 보면 우리나라 안방극장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한층 더 깊이 파고들어 보면 삶과 죽음, 욕망과 갈등 등 인간 본성에 대한 저자의 깊은 탐구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인간의 본성, 정신적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깊은 이해 없이는 결코 쓸 수 없는 이야기다. 
저자 자신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실제로 겪은 적이 있다(저자는 정치적 이유로 4년간 시베리아 유배생활을 함). 
그래서 이야기는 더욱 심오하고 실감나서 독자를 끌어당기는 마력(魔力)이 있다.

그리고 1,800년대 후반 러시아의 시대상, 사회상, 생활상, 종교상을 상세하고 서술하고 있어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종교적 관점이 매우 중요한데 기독교, 더 정확하게는 러시아 정교라는 종교적 신념이 소설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성경 인용 구절이 많고 이야기의 모티브 또한 그렇다(저자 자신이 시베리아 유배생활에서 기독교에 귀의함). 

쉽게 읽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읽을수록 재미있고 매력 있는 소설이다.
왜 이 소설이 거장 도스또예프스키의 걸작 중의 걸작이라 칭송 받는 지 알 것 같았다. 

도스또예프스키의 4대 장편 소설 중 나는 <백치>를 제외한 세 작품을 읽었는데 세 작품은 소설의 밑바탕에 깔린 저자의 인간에 대한 고민, 사상 등이 일맥상통하게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죄와 벌>을 먼저 읽고 그 다음 <악령>을, 마지막으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읽는 게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도스또예프스키는 이 작품을 3년(1878~1880)에 걸쳐 탈고하고, 석 달 뒤 숨을 거둔다. 
위대한 작가의 최고의 걸작을 완독함을 큰 영광으로 여기며 감사의 합장을 올린다. (끝)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1/06/06 08:13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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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풀잎아 at 2021/06/08 00:01
오래전에 '전쟁과 평화'를 포기하고는 다시 장편소설을 집어들지 못합니다.

어릴 때는 곧잘 소설 그것도 장편을 읽을 줄 알았는데ㅡ.ㅡ

저는 많이 예민하여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법정스님께서 당신의 책 속에 인용하는 구절의 출처를 기록한다면 그 책을 꼭 읽고야 마는 ㅡ.ㅡ

그리고 최근의 어떤 사건을 겪는데..
이건 제가 생각해도 좀 지나치다는 겁니다.
ㅡ 책을 펼치면 양 페이지가 나타나고 어떤 책은 뒷 페이지가 살짝 비치거나 줄 간격이 너무 넓거나 좁거나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책의 인쇄체는 물론 책의 종이까지 독서에 영향을 ㅡ.ㅡ

그래도 전자책은 좀 덜하고
그래서 갖고 있는 책을 힘 써 스캔하는 까닭입니다.

이것 보다 더 심각한 사안은 다음에~
Commented by 백산 at 2021/06/08 19:54
지금 <마의산(상,중,하권)> '중'권을 읽고 있는데 이제 장편소설도 어렵지 않게 읽을만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전자책으로 한 편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적응이 안되어 포기했습니다.
계속 종이책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엄청 더워졌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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