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영농일지3 모내기
2021년 6월 7일(월) 한 해 벼농사 중 가장 중요한 모내기를 했다.                                                                                                                                                                                                                <가로 사진은 클릭하여 크게 보세요>
1. 모판 받기(6월 5일/토)

농협에서 오전 11에 모판 배달을 한단다.
11시 전에 논에 도착하여 기다렸다.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11시 20분 쯤에 본포마을 회관 쪽에 모판 배송 트럭이 보여 손짓으로 불렀다.
인부는 두 명이 왔다.

모판을 배수로 쪽 논두렁에 놓아 달라고 하니 불평을 마구 쏟아 놓는다.
배수로 쪽은 모판을 들고 30m 쯤 되는 끝에서부터 차례로 놓아야 하니 옮기기가 너무 힘들단다.
자원하여 품삯 받고 일하는 배송 인부가 주인이 원하는 곳에 옮기면 될 일에 무슨 불평인가. 
봉사활동도 아니고 일당 받고 하는 일이면 제대로 해야지 제 편한대로 하겠다는 건 무슨 심뽄가?

이들은 모판을 농로 쪽에 놓고 가겠다는 뜻이다.
농로를 따라 차를 옮겨가며 모판을 내리기만 하면 되니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내가 현장에서 모판 인수 받기 위해 없는 짬을 내어서라도 논으로 달려오는 건 악몽 같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내가 직접 오지 못하고 전화로 모판을 농로가 아닌 배수로 쪽에 놓아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도 인부들이 저들 편한대로 농로 쪽에 놓고 간 적이 있다.

그들이 배수로 쪽에 옮긴다면 멀게는 30m 쯤에서 시작하여 차차 줄어들지만, 농로 쪽은 멀게는 100m 정도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내와 둘이서 그들이 옮겨야 할 거리의 3배 이상 되는 거리를 120개의 모판을 나른다고 죽을만큼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모판을 다시 옮긴 이유는 이앙기 사장님께서 모판을 배수로 쪽에 두어야 일하기가 편하다고 요구해서다. 
그래서 모판 배송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이앙기 사장님의 요구대로 배수로 쪽 논두렁에 옮겨야 한다고 다시 강조해서 말했다.
그랬더니 배송 책임 인부가 이앙기 사장님과 통화하겠다고 해서 전화 연결하여 바꿔주니 둘이 언쟁을 벌인다. 
내가 전화 받아 이앙기 사장님과 통화하니 배수로 쪽 논두렁에 놓아두지 않으면 모내기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인부들께 배수로 쪽에 옮겨야 된다고 딱 잘라 말하니 불평을 터뜨리며 짜증을 내더니 나를 보고 도와 달란다.
‘머시라! 이기 또 머슨 일이고!’
이런 낭패가 있나! 

일할 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모판 인수하러 달려왔는데 모판을 옮겨 달란다. 
허~참~내! 
기가 찼지만 그냥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저들은 비닐 앞치마까지 한 만반의 복장이라 모판 세 개를 겹쳐 들고 옮긴다. 
나는 옷이 젖으면 안 되기에 두 개씩만 날랐다. 
모판을 몸에 바짝 붙여 들면 편한데 옷 젖는 게 싫어 몸에 띄워 팔을 뻗어 들고 옮기려니 더 힘들다.
이 무슨 봉변인가. 
일 끝내고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본마음은 감추고 좋은 표정, 좋은 억양으로 수고했다고 인사했다.

논에 출발하기 전에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왔는데 옷 다 버리고 몸도 땀에 젖어 다시 샤워도 해야 하고 옷도 빨아야 한다. 
주인이 갑질해도 뭣한데 인부가 갑질하고 가네. 
마음 같아선 농협 담당자께 전화하여 따지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 넋두리 터뜨리며 마음 풀었다.  

자농 8년 동안 벼라별 일을 다 당했는데 이 정도는 약과지 뭐.
2. 논의 물빼기(6월 6일/일)

저녁답에 이앙기 사장님 전화가 온다. 
논에 물을 다 뺐냐고 묻는다. 
내일 일찍 가서 빼겠다고 하니 오늘 저녁에 빼야 한단다.

논으로 달려가서 물꼬를 완전히 열어 물이 최대한 많이 빠지게 해놓고 왔다.
3. 모내기(6월 7일/월)

아내와 아침 5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논에 도착하니 일출이 막 시작된다.
아내는 일할 준비하고 나는 일출경 몇 컷 찍었다. 

밤새 물이 거의 다 빠져 논바닥이 드러나니 높고 낮은 곳이 확연하게 보인다.
아내는 논에 담궈 두었던 모판을 논두렁으로 올리고 나는 삽괭이 들고 높낮이 차이가 심한 곳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 논고르기 작업하고 있는데 이앙기를 실은 트럭이 논으로 온다. 
일을 멈추고 이앙기 사장님을 맞이했다. 
곧장 모내기가 시작되었다.

아내는 이앙기에 모판 올리는 일을 하고 나는 사진을 찍었다. 
모판을 이앙기에 올리는 일이 힘들기에 같이 해야 하지만 모내기 작업 사진 찍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일출 직후에 모내기를 하여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촬영에 몰두했다. 

웬만큼 찍고 중간에 아내를 도와주다 모내기 마무리 작업 장면을 찍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뷰파인더 속에 아내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크게 일어 불편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아내는 괘념치 말고 사진이나 잘 찍어라고 말해주니 그나마 마음이 한결 편하다.
‘고마워요, 동순씨.'ㅠㅠ

모내기는 얼추 1시간 만에 끝났다.
이앙기는 멘토 형님네 논으로 갔다.
"이양기 사장님, 모내기 꼼꼼하게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남은 모판 정리하기 등 뒷마무리 하고 논에 다시 물이 차게 물꼬를 조금 열어 두고 돌아왔다.

모내기 끝내고 나니 올해 벼농사 반이나 한 것 같이 마음이 홀가분하다. 
벼농사에서 그만큼 모내기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한시름 놓은 것 같아 기분좋게 돌아와 씻고 나서 생각하니 이런 중차대한 일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니 그냥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고 매식을 하자고 했다. 
매식 즐기지 않는 아내도 흔쾌히 따라 나선다.
다시 논에 들러 물 상태 확인하니 웬만큼 찾다싶어 물길을 막아두고 주남저수지 쪽으로 차를 몰았다.

주남저수지 입구 맛집 ‘주남오리알’에서 맛난 점심식사하고 주변 카페에서 디저트와 커피까지 마시는 '소확행'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수고했어요, 동순씨!” 

<우리 논의 일출경> 밤새 물이 거의 다 빠져 모내기하기에 마침맞다

<이앙기 도착> 일출 시각에 모내기 작업 촬영하니 사진이 훨씬 돋보인다

<이앙기 논으로 들다>

<본격적인 모내기 작업>

<이 사진 제대로 찍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모내기 계속 중>

<아내는 쌔빠지게 일하는데 나는 사진 찍는당 -_-:;>

<반영>

<계속되는 모내기>
<마무리 단계>

<모내기 끝난 우리 논>

<일출빛 받은 이앙기>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1/06/07 17:34 | 여행과 삶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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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풀잎아 at 2021/06/08 17:24
세상은 참 이상합니다.
자신들의 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미루거나 떠넘기는 ㅡ.ㅡ
엄연히 직무유기지요.

어쩌다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신을 저버리는 것일까요?
그런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니까 아무나 또는 아무데서나
분노를 마구마구ㅡ.ㅡ

요즘은 식당에 밥 먹으러가면 너무나 분주합니다.
김치 등 반찬을 직접 차려야..
수저는 당연..
물은 셀프
근데 밥값은 너무할 정도로 비싸요. ㅡ.ㅡ
맛은 글쎄요.ㅡ.ㅡ
그런데 친절은 어디에도 없구요.ㅡ.ㅡ

온 세상이 셀프로 돌아갑니다.
이마트도 다이소도 셀프 ㅡ.ㅡ

저는 편안히 쇼핑하고 밥 먹고 싶어요.ㅠㅠ
Commented by 백산 at 2021/06/08 20:22
많은 영역에서 오로지 수익창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현상 때문이겠지요.

계층간 삶의 질의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세대간 갈등이 심화되어 갈등과 혐오, 분노가 커지는 사회!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사회로 진화(?)하는 현상 때문에 개인의 삶이 점점 고달파지는 지는 게 아닐까요?

여러모로 힘든 세상이 되었죠?
그래도 현명하게 자~알 살아가야죠. 뭐.

위료받아야 할 사람에게 하는 제일 쓰잘머리 없다는 말 한마디 던집니다.
힘내세요! 홧팅! ㅎ.ㅎ.ㅎ...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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