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나의 독후기28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자 정의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한 권에 담았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경 상대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진리를 내세운 소피스트에 대항하여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웠다. 
그뿐만 아니라, 불경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모두 수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졌다.
이 책 또한 플라톤이 저술한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된 세 권의 책 ―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 그리고 ‘에로스’를 예찬하는 『향연』을 담고 있다.

1.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에 불경죄와 청년들을 부패시킨 죄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이 아니라 아테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잡신들을 믿는다”는 고발에 대해 자신을 변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며 막연하게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철학자, 교과서 속의 소크라테스가 실제로 얼마나 위대한 철학자였는지를 깨우쳐 주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상대와 대화를 하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때 상대의 모순점을 파고들어 상대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든다.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명쾌하고 논리적이며 단호한 그의 주장에 설득당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변론이 아니라 변명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노학자의 말에서 그의 진실함과 당당함, 철학자로서의 위대한 기품을 느낀다. 

2. 크리톤
사형 집행날을 코앞에 두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탈옥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탈옥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대화법으로 설득하는 내용이다.

‘크리톤’의 탈옥 설득 과정을 요약하면
1) 현실적으로 뇌물로 탈옥이 가능하다
2) (반대자들 말고는) 누구도 탈옥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3) 먼 고장으로 가면 잡으러 오지 않을 것이다
4) 어린 자녀들의 양육, 교육문제도 생각하라.
5) 친구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남은 친구들의 죄책감이 너무 크다는 이유를 들어 탈옥을 강하게 권유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탈옥이 옳지 않음을 조목조목 대화법으로 설득하고 탈옥을 거절한다. 
마침내 ‘빼박’ 설득을 당한 크리톤이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소크라테스, 내가 할 말이 없네.”

3.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생애 마지막 순간, 그의 친구들과 추종자들이 함께 모여 ‘영혼 불멸’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고 있다. 

파이돈은 펠레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엘리스 지방 출신으로 아테네로 노예로 팔려왔다가 소크라테스에 의해 자유민이 되었다.
그는 아테네 감옥에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지켜본 인물로서, 그때 보았던 일과 들었던 대화들을 피타고라스 학파의 한 사람인 에케크라테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대화 주제가 ‘영혼 불멸’이라 그런지 깊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등장인물, 관련 역사적 사실, 사건 등을 주석을 통해 따로 읽거나 검색해서 알아가며 이해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의 철학적 기본 지식과 철학적 사고체계가 미흡함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철학공부를 제대로 못한 걸 늘 아쉬워했는데 이럴 때 더욱 그러하다. 

파이돈은 대화가 끝나고 마지막 부분에서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비교적 상세하게 들려준다. 
제자들과 친구들은 그의 죽음에 애통해 하지만 진작 본인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절차대로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맞이한다. 
독약을 들고 온 간수가 
“선생님은 지금까지 이곳에 들어온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고귀하고 점잖으며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고 한 말에서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서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그분의 죽음을 맞이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 

파이돈이 에케크라테스에게 마지막으로 들려 준 말.
“우리의 동반자,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게다가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정의로운 인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그런 분의 최후가 이러했소.”  

사람이 죽을 때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고 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당당한 그의 죽음은 빛이 났고 위대하였으며 나아가 오늘날까지 추앙받는다.

4. 향연
<향연>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절친 등 10명이 ‘연애’의 신인 ‘에로스’를 예찬하는 자기  주장을 펼친다. 
주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적어 그런지 전반적으로 명쾌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후기>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을 읽고 나니 지금까지 단순히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일생을 통한 교육방법인 대화법을 왜 산파술이라 하는 지도 이해되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주도하는 사람이 박학다식해야 하며 논리적으로 완벽한 자질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상대를 질문의 내용과 의도, 모순점을 단박에 알아채는 명철함, 예리함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를 대화만으로도 설득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 크게 들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읽었으니 좋지 않은가라고 자위했다.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앎의 시작이다”는 그분의 말씀을 위안 삼아.

소크라테스라는 그의 사상도 뛰어나지만 그 사상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이다. 
‘언행일치.’ 
그만큼 그는 자신이 품었던 사상에 대한 높은 자신감, 긍지를 대변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위대한 철학자인 것이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죽음 앞에서 어떻게 그렇게 의연하고 담담해 질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의 사상적 사유가 얼마나 깊고 심오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점에서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는 인류의 위대하고 영원한 스승임이 틀림없다.  (끝)
<덧붙임>

= 기억하고 싶은 문장 =

1.
“인간들아, 소크라테스처럼 자기가 지혜에 관해서는 실제로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가 너희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이다” P.23

# "가장 무지한 자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자들이다." 

2.
당신이 부귀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최대한으로 그런 것을 많이 얻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지혜와 진리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자기 영혼을 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P.37

3,
나는 자신에 대한 변론을 행하는 동안에도 위험을 피할 요량으로 자유민에게 합당하지 못한 짓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식으로 변론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무슨 짓이든지 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변론하다가 죽는 쪽을 택한 것이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법정에서든 전쟁터에서든 나를 비롯한 어느 누구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일념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p.53~54

4.
아테네 사람들이여, 어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그는 지혜로운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지혜롭지 않으며, 무엇을 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허락된 모든 복 중에서 죽음이 최고의 복일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 최악의 재앙임이 확실한 것처럼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비난받아야 할 무지가 아닐까요? P.54

5.
죽음이 좋은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즉, 죽음은 소멸해버리는 것이어서, 죽은 자들이 지각할 수 없게 되는 것이거나, 어떤 변화가 일어나서 영혼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장소를 옮겨 살아가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전자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 죽으면 모든 지각이 없어져서 잠자는 것, 곧 꿈 없는 잠을 자는 것과 같다면, 그야말로 죽음은 놀라운 이득입니다. p.56

6.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죽기 위해 떠나고, 여러분은 살기 위해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 곳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오직 신(神)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P.59 

#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언도 받고 3차 변론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

7.
우리가 어떤 사람들과 계약을 맺어 그들에게 돈을 주고 이곳에서 나를 데리고 나가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나 이 일을 시킨 우리에게나 옳은 일인가, 
아니면 이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이 우리에게나 그들에게나 옳지 않은 일인가 하는 것이네. p.73

8.
영혼의 사유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때는 영혼이 몸과의 소통이나 접촉을 최대한 끊고 몸과 작별하고서, 가능한 자신 속으로 물러나 침잠할 때임이 분명할 걸세. 
그럴 때 영혼은 청각이나 시각이나 고통이나 즐거움 같은 그 어떤 것들에 의해서도 방해받지 않고, 실제로 존재하는 그대로의 진실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P.105

9.
어떤 사람이 자기가 죽게 된 일에 화를 낸다면, 그것은 그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사람은 재물을 사랑하는 자이거나, 명예를 사랑하는 자이거나, 그 둘을 모두 사랑하는 자겠지. P.110 

10.
그러니까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몸에 속한 그 어떤 것도 동반하지 않은 채로 홀로 순수한 상태로 있게 된다는 것이네. 
영혼은 이승에서 살아갈 때에 몸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피해서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서, 늘 죽음을 연구하고 죽는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사실 철학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기꺼이 편안하게 죽는 것을 연구하는 일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지. 
철학을 한다는 일이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p.138

11.
논쟁꾼들은 어떤 것을 논쟁할 때에 자신이 무엇에 관해 토론하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이 말하는 것이 청중에게 옳게 보이는 데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이지. P.158

12.
영혼의 그러한 모습은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그는 자신의 가슴을 치며 이렇게 꾸짖었다. 
“마음아, 참아야 한다. 더한 것도 참지 않았더냐.” P.166

13.
배우는 것에 전념하여, 자기 영혼을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그런 장식물이 아니라 절제와 정의와 용기와 자유와 진리 같은, 자신에게 맞는 것들로 치장해야 하네. 
그런 사람은 저승으로의 여정을 기다리면서 자기 영혼에 담대함을 가질 수 있을 걸세. 
우리가 그런 담대함을 가져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네. P.204~205

14.
악한 자는 영혼보다 몸을 더 사랑하는 저 세속적인 연애를 하는 자를 말하지. 
그런 자는 한결같은 것을 연애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의 사랑도 한결같지 않다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자기가 연애한 꽃다운 몸이 시들면 ‘날아가 버려서’ 그가 했던 많은 말과 약속을 부끄럽게 만든다네. 
반면에 고귀한 성품을 연애하는 사람은 평생 변함이 없는데, 그것은 한결같은 것과 한 덩어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네. P.240 

"감사합니다"  백산 절~ OTL     
by 백산 | 2021/08/16 13:43 | 교육단상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baeksan.egloos.com/tb/328304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풀잎아 at 2021/08/18 23:35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를 지내신 이홍우 교수님께서 쓰신 책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학문이란 질문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이 한 문장으로 이 분의 저서를 찾아보니 놀랍게도 대승기신론 통석을 쓰셨더라구요.

한 문장 안에서 불교적 색채가 짙다는 것을 찾아내고 대승기신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굉장히 기뻤습니다.

한 몇 해 전 고전읽기가 성행할 때 저도 몇 편을 읽었는데 옛 성현들 말씀이 모두 지혜를 따른다는데 놀랐습니다.

어쩌면 저는 종교다원주의자가 되어가는 게 아닌지^^

기억하고 싶은 문장 중..
'영혼의 사유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때는 영혼이 몸과의 소통이나 접촉을 최대한 끊고 몸과 작별하고서, 가능한 자신 속으로 물러나 침잠할 때임이 분명할 걸세.
그럴 때 영혼은 청각이나 시각이나 고통이나 즐거움 같은 그 어떤 것들에 의해서도 방해받지 않고, 실제로 존재하는 그대로의 진실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P.105'
ㅡ 안이비설신의로 일어나는 일체의 감각을 벗어나는 일임을 알겠으나.. 저는 매 순간순간 한 번도 감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말과 생각이 끊어진 자리, 소크라테스도 아셨다는거죠.

아직 미혹한 저는 생각과 생각 사이에 틈이 생긴 찰라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깨달음의 길이라는 것을 이론으로만 알 뿐입니다.ㅡ.ㅡ




Commented by 백산 at 2021/08/19 19:21
'학문이란 질문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대화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라 할 수 있겠군요.

저는 종교나 무속신앙에 대해서는 아예 믿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요. -_-:;
그래서 의미있는 깨달음도 없어서리....ㅠㅠ

이제 완연한 가을 기운이 도니 지내기가 한결 낫습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직장인 at 2021/11/08 21:22
안녕하세요. 우연히 검색중에 발견하여 읽고 댓글 남기게 되었습니다. 읽다보니 시간 가는줄도 몰랐네요. 저도 이번에 소크라테스 변명을 읽었습니다. 저 또한 철학을 제대로 공부해본적이 없어서 중간중간 이해하기 어렵더라구요. 수십번 되돌려보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특히 영혼이야기와 에로스부분이 특히 그랬습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으로도 생각할수있구나 하고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부분체크하신게 저랑 너무 똑같으셔서 놀랐습니다. 다른 독후감도 읽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백산 at 2021/11/09 08:37
'지나가던직장인'님, 반갑습니다.
그렇죠,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깨달은 점이 많았지만 "영혼불멸", "에로스"부분은 좀 어려웠죠.

제 부족한 독후기 읽어보시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늘 독서삼매경에 빠져 행복한 날 되시길.... ^___^**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